추악한 '김운용 구명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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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인 민주당 김운용(金雲龍)의원의 첫 재판에서 검찰이 "金의원 측 인사가 한국 검찰을 비하하는 내용의 서신을 각국 IOC 위원들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검찰은 2일 열린 재판에서 金의원에게 "세계태권도연맹(WTF)의 홍보 업무를 맡기도 했던 한 미국인 변호사가 피고인이 구속된 직후인 지난달 초 각국 IOC 위원들에게 수사를 비방하는 허위 사실이 담긴 서신을 보낸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金의원 명의로 된 이 서신에는 '한국 검찰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金의원을 체포했으며, 한국에는 보석 신청 절차도 없다'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의료진을 협박해 金의원의 고혈압 등 병세에 관한 진료기록을 고쳤으며, 金의원 명의의 대여금고를 비밀리에 급습했고, 아파트에 무단으로 강제 난입했다'고 쓰여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신을 보낸 인물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로 2001년 金의원이 IOC위원장에 출마했을 때 법률 자문을 하면서 알게된 사람이며 해외에 억류 중인 金의원의 아들 정훈(45)씨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 내용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느냐. 허위 사실로 한국을 미개국가인 것처럼 묘사해 결국 나라 망신을 시킨 것이 아니냐"며 金의원을 다그쳤다.

金의원은 이에 대해 "당시 구치소에 있었기 때문에 서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한편 WTF 측은 "문제의 미국인 변호사는 WTF에서 공식 직함을 맡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金의원은 WTF와 국기원 등의 공금 38억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대부분의 돈을 스포츠 외교 활동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WTF나 국기원 돈이 IOC 활동에 사용되기도 했고, 비밀을 지켜야 할 경우 증빙서류를 갖추지 못할 상황도 생겼다"며 "지금까지 국가 이익을 위해 로비한 것을 밝히면 대한민국에 스캔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스포츠용품 업체 등에서 각종 청탁 대가로 7억9천만원을 받은 혐의는 부분적으로 인정하면서 "IOC위원장 선거 등을 위한 후원금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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