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 후도 국보 지위 유지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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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타버린 숭례문은 ‘국보 1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화재와 무관하게 ‘1호’ 지위는 없어질 예정이었다. 문화재청이 현행 문화재 등급 체계를 개선하면서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국보와 보물의 일련번호를 없앨 방침이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엄승용 문화유산국장은 “불탄 숭례문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계획인 만큼 국보 지위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복원될 ‘21세기 숭례문’이 창건 당시 원형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10일 밤 화재에서 건진 것은 현판과 석축이다. 양녕대군이 썼다고 전해지는 세로 현판은 진화 과정에서 떨어뜨려 테두리 부분이 깨지고 군데군데 금이 갔다. 2층 누각이 타 내려앉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600여 년간 사람들이 지나다녔던 홍예문을 포함한 석축이다. 부재 일부가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학교에 보관돼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화재로 소실됐다 복원된 다른 문화재들의 사례를 보면 국보 지위 유지는 부정적인 상황이다. 전남 화순 쌍봉사 대웅전(보물 제163호)과 강원 양양 낙산사 동종(보물 제479호)은 각각 84년과 2005년 화재로 소실됐다. 복원 뒤엔 보물 지정에서 해제됐다. 이에 대해 문화재위원회 박언곤 건축문화재분과위원장은 “숭례문의 경우 홍예문의 석축이 남아 있고 복원 중인 서울성곽(사적 제10호)의 일부이기도 해 화재로 전소됐던 이전의 문화재들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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