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생떼는 이제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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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수로 공급계약의 목표 시한이 가까워지면서 북한(北韓)이 모험주의적 행태의 강도(强度)를 점점 높이고 있다.북한에 제공할경수로를 한국형으로 정관에 명기(明記)한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출범을 전후해 나타나고 있는 현상 이다.
3월들어 북한이 구사하고 있는 말들을 보면 그런 현상이 더욱두드러진다.한국형 경수로를 미국이 고집하면 동결한 원자로를 다시 돌려 제네바합의를 파기하겠다는데서부터 전쟁발발위험도 있다는등 온갖 험악한 말투가 동원되고 있다.긴장 국 면을 조성해 미국과의 흥정에서 이득을 챙기겠다는 예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상투적 수법이다.실제로는 경수로 협상을 겨냥하면서도 엉뚱한 문제까지 들먹이며 긴장국면을 만들어가는 수법이다.
그러한 예를 우리는 굴업도(掘業島)핵폐기장에 대한 시비에서 볼 수 있다.이 시설이 북한에 대한 핵공격 위협이 되니까 중지하라며,그렇지 않으면 남북간의 기본합의를 깨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뿐만 아니라 선전매체들은 「힘에는 힘,전 쟁에는 전쟁으로 대응한다」는 말들을 되풀이 하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가 제기된 이래 우리쪽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피하기 위해 어느정도 유화책을 쓴 일이 있긴 하다.또 미국도 북한의 그러한 벼랑끝 수법에 끌려다닌 흔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번과는 사정이 다르다.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상투적 수법에 어느정도 익숙해 있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경수로 문제에 관한한한국형 이외에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인 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형 이외에 다른 경수로를 택하면 우리는 절대로 건설비용을떠맡지 않는다.그렇게 될 경우 미국이 돈을 대야 하는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그런 판에 긴장을 높여가는 모험주의적인 벼랑끝 작전을 쓴다고 해서 또한번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만저만 잘못된 생각이 아니다.그들의 위협처럼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깬다면 국제사회의 단호한 제재가 있을 뿐이다.북한이 이성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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