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財界 냉기류 걷고 화합다지기-경제5단체장 청와대오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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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7일 하룻동안 세차례의 경제관련 행사를 치렀다.오전10시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이어 오전11시에는 홍재형(洪在馨)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으로부터 보고받았고 경제5단체장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이날 행사에서 단연 주목받은 것은 최종현(崔鍾賢)전경련회장등경제5단체장 초청 오찬이었다.이들과 별도로 회동한 것은 지난93년8월이후 1년7개월만이다.물론 경제5단체장들은 외국정상의 청와대만찬이나 신경제추진회의등 청와대에서 열린 각종 행사의 단골손님이다.다만 그동안 金대통령이 이들과 별도로 만나지 않았을뿐이다. 이 행사의 초점은 정부와 재계의 화합분위기 조성여부다.청와대 경제수석실 주변에서는 이런 해석에 상당히 난감해한다.
정부와 재계사이에 껄끄럽거나 냉담한 분위기가 있었다는 사실조차청와대는 공식적으론 부인해왔다.
최근 崔회장이 전경련회장에 재취임하면서 정부정책을 공개적으로비판한 이후 공정거래위의 선경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등으로 냉기류가 조성됐고,포항제철 김만제(金滿堤)회장과 한이헌(韓利憲)청와대경제수석의 마찰설이 경제계를 어수선하 게 만들었다.
덕산그룹 부도로 촉발된 중견업체의 연쇄부도사태등도 경제계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포철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청와대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재벌에는 선단식(船團式)기업운영의 포기를 종용하면서 포철의 여러 분야로의 사업확장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만남에서 金대통령은 정부의 안정위주 경제운용 기조를 설명하고 경제계의 협조를 당부했다.대기업의 경영집중 완화와 소유-경영 분산문제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와 국세청의 조사가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언뜻 보면 정부의 입장은 불변인 채 기업들에 따라오라고 주문하는 일방통행식 행사 같다.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않다. 정부의 對대기업 정책이나 경제운용기조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더이상 기업들을 움츠리게 만드는 정책은 없을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金대통령은『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며 기업설립과 활동에 관한 많은 제약을 없애겠다고 했다.유럽순방은 金대통령에게「경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경제제일주의의 인식을 분명히 심어주었다.金대통령은 귀국후『유 럽 국가들은소득이 우리보다 몇배나 되는데도 정부와 기업이 한덩어리가 돼있다』는 얘기를 국무회의와 민자당 당직자.의원 만찬,3부요인과의회동등에서 누차 강조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활동도 金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준 것같다.
金대통령은 유럽순방에서『경제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거나『유럽국가들은 소비적 복지정책을 추진해 경제의 위축을 초래했다』는등의 얘기를 정상들로부터 들었다.
청와대의 이날 행사는 이같은 견문을 통해 정부와 기업간의 협조를 당부코자 한 것이 핵심이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외에도 중소기업들과의 만남등 일련의 경제행사를 계획하고 있다.정부와 재계의 불협화음을 해소하면서 정부의입장을 정리하는 기회라는 점에서 성과가 주목된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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