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예산 10조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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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에 설치된 폐쇄회로 TV(CCTV)의 녹화 테이프를 구입한다며 2005~2006년에 예산 59억여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녹화 테이프가 필요한 아날로그 CCTV는 단 두 대뿐이었다. 109대 중 107대가 디지털 CCTV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남은 예산으로 기념품을 구입하고 금강산 연수 비용으로도 썼다.

아산시는 천안시와 고속철도 역 이름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역의 이름을 ‘아산역’으로 하자고 요구하는 집회·홍보의 경비 지원으로 5억7930만원을 썼다.

서울시 등은 전동차 972량을 구매했다. 5년 전 교통수요를 그대로 적용하는 바람에 실수요에 비해 243량을 더 많이 사들인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이를 바로잡지 않았고, 따라서 추가로 들어간 예산이 1441억원에 달했다.

지난 5년간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8000여 건의 예산 낭비 사례 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추려낸 일부다. 인수위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낭비사례 200여 건을 10대 유형으로 정리한 예산절감 지침서를 10일 발간했다.

진수희 정무분과 간사는 “사례집에 실린 200여 건의 사례만 취합해도 예산 낭비 금액이 10조6000억원에 이른다”며 “예산 편성과 집행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절감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정리한 10대 유형은 ▶사업타당성 검토 잘못 ▶중복 또는 과잉 투자 ▶계약·공사 관리 잘못 ▶예산의 목적 외 사용 ▶국고보조금·출연금 관리 잘못 ▶기금 관리 잘못 ▶선심성·과시성 행사 ▶불합리한 제도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국·공유 재산의 소극적 관리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등이다.

인수위는 이 사례집을 국회·중앙 부처·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해 2008년 ‘10% 예산 절감 방안’의 작성준칙으로 삼고, 감사원이 이 사례집의 유형을 참조해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상렬·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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