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장치 하나 없어 화재 무방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불이 난 숭례문은 조선 초기 목조 건축물로는 서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귀한 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이 ‘국보 1호’가 방화 등 돌발적인 화재 위험에 노출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숭례문 관리 어떻게=국보 1호인 숭례문의 관리는 서울시 중구청에서 맡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한 관리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맡게끔 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기적인 보수 및 복원사업은 지자체와 정부(문화재청)가 3 대 7의 비율로 예산 분담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구청은 오전 10시~오후 8시에는 평일 3명, 휴일 1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자체 관리를 하고, 밤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무상으로 경비계약을 맺은 KT텔레캅에 관리를 맡겨 왔다. 숭례문 외곽에 적외선 감지기 센터 6개를 설치, 문제가 생기면 출동하는 방식이다. KT텔레캅 관계자는 “10일 오후 8시47분에 숭례문 상부의 감지기 센터가 작동, 대원이 출동했다. 오후 8시58분 숭례문에 도착했는데 이미 화재 진압 중이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날처럼 홍예문 폐쇄 시간에 발생한 화재 상황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숭례문은 야간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어 누전 등 전기 사고의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일반인의 접근이 쉬워 방화 위험도 비교적 큰 편이다.

10일 문화재청과 서울 중구청 등에 따르면 현재 숭례문에는 소화기 8대가 1, 2층에 나뉘어 비치되고, 상수도 소화전이 설치된 것이 소방시설의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지기 등 화재 경보설비는 없는 상태다.

숭례문 주위에는 CCTV를 설치하던 중이었다. 이달 말께 공사가 끝나면 사용할 예정이었다. 경비업체 측은 “녹화가 가능한 일부 CCTV에 화재와 관련한 화면 자료가 남아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취약한 문화재 관리”=문화재청은 2005년 4월 낙산사 화재 이후 중요 목조문화재가 산불 등으로 소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요 목조문화재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 지난해부터 1차로 해인사·봉정사·무위사·낙산사 등 4곳에 수막설비·경보시설 등을 설치했다. 숭례문도 우선 구축대상인 중요 목조문화재 124개에 포함돼 있으나 우선순위에 밀려 아직까지 방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화재에 취약한 목조문화재의 훼손 사례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피해도 적지 않다. 낙산사 화재의 경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원 사업이 계속되고 있으며 복원 사업비로 1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6년 4월 26일에는 서울 창경궁 문정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토지보상 문제에 불만을 품은 60대가 저지른 방화였다. 관리직원들이 곧바로 진화에 나서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자칫 불이 번졌다면 바로 옆에 위치한 국보 226호 명정전까지 잃을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5일 뒤인 5월 1일에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산 정상(해발128m)에 위치한 화성(華城·사적 제3호) 서장대 누각 2층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20대 취객이 술김에 저지른 우발적 방화였다. 초기 진화에 실패해 결국 누각 전체가 소실됐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몇분 만에 잿더미가 됐다.

백성호·천인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