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加영화 두편 같은소재로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4월1일 개봉 예정인 노장 유현목(70)감독의 『말미잘』과 18일 개봉된 캐나다 신세대감독 장 클로드 로종(39)의 『레올로』가 묘하게도 거의 같은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감독들의 사전접촉이 전혀 없었음에도 두 영화는 우선 어린이의눈을 통해 어른들의 성문제를 파헤치고 있다는 점,나이답지 않게어른들의 성세계에 지나치게 눈뜬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는점에서 크게 비슷하다.
두 영화 모두 어린이의 성에 대한 목격담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말미잘』에서 외딴 섬에 사는 아홉살짜리 남자어린이 수영이는 여자아이의 성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한번 보려고 노력한다.일단 목격한 다음부터 그것과 유사한 말미잘에 집착한다.또수영이는 홀몸인 엄마(나영희扮)의 욕구,최선장 아저씨( 안성기扮)의 엄마에 대한 사랑,소설가 독고(이영하扮)와 엄마의 정사장면등을 목격한다.
『레올로』에서 어린이 주인공 레오는 동네처녀의 몸매를 몰래 훔쳐보면서 성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는다.
짝사랑 장면도 비슷하다.『말미잘』에서 수영이는 섬마을 선생님을 짝사랑하다 선생님이 약혼한 이후 뭍으로 나가 매춘부가 된 동네 누나를 짝사랑한다.『레올로』에서는 노인과 목욕하는 처녀를본 다음 크게 질투심을 느끼고 노인을 살해할 생 각까지 한다.
주인공 어린이가 순진함에서 거리가 멀고 어른 뺨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닮았다.수영이는 자신을 버리고 뭍으로 가버린 어머니에 대해,사람은 남녀가 짝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해해주는 어른스러움을 보인다.
『레올로』에서 주인공 어린이는 시칠리아 농부의 정액이 묻은 토마토 위에 어머니가 넘어져 자신이 임신됐다고 믿어 자신의 이름 레오를 이탈리아식 레올로로 불러주길 바라는등 도무지 어린아이답지 않다.
1980년 『사람의 아들』이후 메가폰을 놓았던 유현목감독은 재기 작 『말미잘』에서 『누구나 어렸을적 체험했음직한,성에 눈뜨는 시기의 미묘한 감정을 그려봤다』고 밝혔다.
장 클로드 로종 감독은 『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적 호기심,어른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자기만의 환상세계를 가졌지만 천진성은 보이지 않는 독특한 어린이를 내세웠다』고 설명한다.
훔쳐보기,가슴뛰는 현장목격,짝사랑등 성장기에 보편적으로 겪는내용을 연배차와 동서양의 지역차를 가진 두 감독이 얼마나 비슷하게 다뤘는지 살펴보는 것도 영화보기의 좋은 경험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蔡仁澤.李揆和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