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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여성리포트>변화하는 美 퍼스트레이디像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퍼스트 레이디상은 무엇일까.최소한 현재까지는 뒤에서 조용히 남편을 내조하는 현모양처형이보다 선호돼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서고 있는 주자들의 가정을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이들 후보자들의 부인들이 한결같이 남편 못지않게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커리어 우먼」들이기 때문이다.먼저 보브 돌 상원 원내 총무의 부인 엘리자 베스 돌(58)은 레이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정부에서 각각 교통.노동장관을 역임한데다 닉슨.포드및 카터 행정부에도 참여한 바 있는 대표적인 커리어 우먼.하버드大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현재 美 적십자사 총재로 활동하고 있어 영부인이 될 경우 정부내에 영향력 행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인 이민자 3세인 필 그램 상원의원의 부인 웬디 그램(49)도 엘리자베스 돌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커리어 우먼.경제학박사로 남편과 같이 교수 출신인 웬디는 부시행정부에서 차관급인선물거래위원장을 지낸 것을 비롯,관.증권등에서 의 다채로운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라마르 알렉산더 前테네시 주지사의 부인 레슬리 알렉산더(49)역시 美 공영방송 이사를 비롯,개인 기업의 자문역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고 공화당의 논객 패트릭 부캐넌의 부인 셸리부캐넌(56)도 개인기업에서 부사장을 지내다 닉 슨과 포드 행정부에서 백악관 보좌관으로 일한 맹렬 여성이다.
5명의 대표 주자들중 유일하게 공직의 경험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의 부인 샬렌 루가(62).그녀의 사회활동 경력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것이 주류여서 전통적인 아내상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정치분석가 처크 존스는『이제 우리는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퍼스트 레이디의 적극적인 역할 증대를예고하고 있고 다른 관계자들도『백악관 안살림을 위해 자신의 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퍼스트 레이디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전망하고 있을 정도다.그러나 이같은 추세와는 달리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부인들의 언론 접촉을 가급적 피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여사의 부각이 당시 클린턴 후보에게 결코 득이 못됐다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어 전통 또한 결코 무시할 수없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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