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패션 정치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통설이 미국 대선에도 깊숙이 스며들었다. 각 후보들은 옷차림을 중요한 선거전략 중 하나로 여기고, 이를 활용해 긍정적인 이미지 심기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패션의 정치학’이다.

로이터 통신은 4일(현지시간) 미국 내 유명 패션 전문가들을 동원해 주요 대선 후보들의 옷차림을 평가했다. “옷차림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유권자들조차 잠재의식 속에선 옷차림을 보고 반드시 특정 이미지를 형성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힐러리 클린턴(민주)=구식 머리띠에 마나님 같은 스커트 대신 깔끔한 바지 정장에 화사한 색상의 상의와 목걸이 등으로 밝은 인상을 주는 것은 진일보다. 그러나 아직도 고칠 게 있다. 검은 테두리의 샛노란 재킷은 영 아니다. 노란색은 힐러리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우중충한 색깔의 바지 정장도 별로다. 그런 옷차림은 힐러리가 마치 남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인상을 준다.

◇버락 오바마(민주)=가장 옷을 잘 입는 후보다.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에서 승리한 뒤 입기 시작한 깔끔한 마무리의 양복은 아주 멋지다. 20, 30대 남성들에게 유행하는 폭넓은 매듭(윈저 노트)의 넥타이 착용도 젊은 느낌을 준다. 오바마의 패션은 매우 훌륭하지만 자칫 대선 후보가 너무 멋 내는 데만 신경 쓴다는 지적을 받을 염려가 있다.

◇존 매케인(공화)=스웨터 등의 편안한 옷차림을 즐긴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편안한 이웃’ 같은 인상을 주기 위한 시도다. 그러나 경선에서 앞서가면 갈수록 점점 더 ‘대통령다운’ 옷차림을 선보일 것이 틀림없다.

◇미트 롬니(공화)=하버드대 MBA 출신이라는 경력이 반영하듯 ‘성공한 사업가’ 스타일의 옷차림이다. 옷 매무새 하나하나가 잘 정돈돼 있고, 주름이 제대로 잡혀 있다. 그러나 헐렁헐렁할 정도로 통이 큰 바지는 구식 중 구식이다.

◇마이크 허커비(공화)=편안한 차림을 선호한다. ‘국민과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대통령상을 내세우는 그의 선거전략의 일환이다. 그러나 허커비 역시 주요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그런 옷차림을 계속 고집하지는 못할 것이다.

후보들을 평가한 패션 컨설턴트 로버트 버크의 결론은 이렇다. “정치인들은 어차피 패션 감각으로 평가 받는 게 아니다. 결국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보다 전문적이고, 보다 ‘대통령스럽게’ 보이는 옷차림이다.”

김정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