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자동차번호값행운의숫자 선호도높아 번호판 경매실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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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게 홍콩의 자동차 번호판이다.뿌리깊은 풍수(風水)사상이 일상을 지배하는 탓에 이른바 「행운번호」(幸運號碼)로 불리는 자동차 번호판의 가격은 실제 자동차 값의 몇배,심지어는 수십배까지 치솟아 영문을 모르는 외국인 들을 아연케한다. 95년초 현재 제주도 3분의 2크기에 인구 6백만명인 홍콩전역을 누비는 차량대수는 약 50여만대.
이중 흔히 명사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롤스로이스만도 1천5백대에 벤츠는 전체 차량의 10%를 웃돌만큼 홍콩은 세계 고급자동차들이 줄을 잇는 자동차 백화점이다.
하지만 정작 홍콩인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4백만 홍콩달러(약 4억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보다도 부(富)를 가져다 준다는 행운번호판들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인 지난88년 홍콩에선 광둥(廣東)어로부와 새로운 삶(新生)의 의미를 지녔다는 「8」자 번호판이 무려 미화 64만1천달러(약 5억1천만원)에 팔려 나갔다.그러나닭띠해였던 93년엔 닭머리 모양과 비슷한데다 그 광둥어 발음이「이(易)」로 만사형통의 뜻을 내포했다는 2자 번호판은 이보다도 훨씬 높은 9백50만홍콩달러(약 9억5천만원)에 경매돼 그전의 기록을 경신했다.이처럼 막대한 이득이 보장되는 탓에 홍콩정청의 교통부(運輸署)는 지난 73년 5월부터 자동차 번호판에대한 경매를 실시,그 수익금을 자선단체기금으로 활용하는 지혜를발휘하고 있다.
91년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이같이 모아진 수익금이 벌써 1억2천3백만 홍콩달러(약 1백23억원)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홍콩정청의 교통부는 85년까지 매달 한차례 꼴로 번호판 경매를 실시해왔으나 이젠 행운번호의 남발을 막기위해 좋은 날짜를 택일,번호판을 경매하는 신중성을 보이고있다.즉 4백개의 번호판을 엄선,한번에 약 15개씩을 경매에 부치는 것이 다.
홍콩에서 행운번호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단연 재물을 모은다는 뜻의 「파(發)」발음인 「8」이며 만사형통의 2(易),삶을 뜻하는 3(生),역시 재물을 표시하는 6(祿),그리고 장구하다는 뜻의 9(久)등도 좋은 숫자다.
이들 숫자와 괄호안의 한자에 대한 광둥어 발음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오는 97년 중국으로 반환되는 홍콩의 운명과 더불어 홍콩의 알파벳 약자인 HK에 1997이 더해진 「HK 1997」이 지난해 경매장에 모습을 나타냈었으나 홍콩반환을 홍콩인들이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까닭인지 예상보다 훨씬 적 은 호가탓에 성사가 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반대로 홍콩회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중국에선이 1997 숫자의 번호판을 지난달 경매가 아닌 권력의 분배 차원에서 과거 국무원산하의 홍콩-마카오판공실 주임을 맡아 반환협상과 관련해 공이 컸던 지펑페이(姬鵬飛)에게 주었다는 것이다.중국은 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정협 부주석,국무원 부총리이상의지도층에 특권의 상징과도 같은 「GA○-19××」의 번호판을 부여하는데 퇴역했던 姬씨에게 최근 이같은 번호판을 준 것은 姬씨의 공적을 중국당국이 대단히 높 게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으로해석되고 있다.
홍콩=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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