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칼럼>산란기는 휴식기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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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조물주가 창조한 것중에서 가장 걸작이 여인의 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여인의 몸을 가지고 불후의 명작을 남긴 화가가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피카소가 특히 유명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모나리자』는 그 신비로운 미소로 유명하다. 과학자들은 이 미소를「움직이는 한 찰나의 근육」을 표현한 것으로 규정한 반면 일반 감상자들은 손을 약간 볼록해 보이는 배 위에 가지런히 얹고있는 모습을 보고「임신한 여인의 미소짓는 얼굴」로 여기기도 했다.
피카소의 걸작중 하나인『한국전쟁』이라는 그림은 매우 충격적이다.만삭이 된 여인에게 총칼을 겨누는 모습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어찌됐든 임신한 여인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크다.
여인의 그런 신비와 고통이 없다면 인류의 영속은 없기 때문이다. 고기들의 세상도 마찬가지다.물고기들이 산란이라는 거룩한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어종도 종족을 보존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난초가 품종에 따라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것처럼 물고기들도 사시사철 어종에 따라 산란을 한다.
특히 3~4월은 우리나라의 민물 대낚시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붕어의 산란시기고,5~6월은 바다 낚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감성돔이 산란하는 시기다.
「오뉴월 감생이는 맛이 없어 개도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으나 붕어의 경우는 다르다.토실토실하게 알 밴 붕어들이 수초 사이에서 몸을 뒤척거리며 산란하는 시기에 의외로 낚싯대를 들이대는 붕어낚시인이 많다.
심지어 어떤 붕어낚시인은 산란기라야 월척을 쉽게 낚는다며 일부러 붕어 산란기만 되면 낚시터에서 밤을 꼬박 새는 경우도 있다. 나는 늘 생각에 젖는다.모나리자의 미소처럼 붕어들이 신비로운 웃음을 지으며 산란하도록 놓아둘 수는 없을까.
산란기에 붕어들 코 앞에 낚싯대를 드리우는 행위는 피카소의『한국전쟁』이라는 그림에서와 마찬가지로 만삭의 여인에게 총칼을 휘두르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산란기의 붕어에 낚싯대를 휘두르는가.그런 사람이 있다면그는 진정한 낚시인이 아니다.그들은 잔인한 낚시인이요,추악한 낚시인이며 부끄러운 낚시인이다.
우리 모두 부끄러운 낚시인이 돼서는 안된다.붕어도 모나리자의미소를 짓도록 해야 한다.붕어 뿐만 아니다.모든 물고기가 다 그렇다. 〈낚시전문가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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