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古稀댄스파티-金敎俊씨 이색 7旬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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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8일 저녁 서울중구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는 이색적인 고희(古稀)무도회가 열렸다.칠순을 맞은 김교준(金敎俊.경기도안산시본오동)씨가 국내 처음으로 고희기념 만찬무도회 자리를마련한 것이다.
하례식(賀禮式)을 마치고 2부 식순으로 접어들자 여느 칠순잔치와는 달리 외국영화에서나 봄직한 무도회 자리가 펼쳐졌다.
처음에는 참석자들 대부분이 어색해했다.그러나 음악과 춤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하나둘씩 발끝으로 박자를 맞추며 흥이 오르기시작했다.
국내 처음인 칠순기념 무도회를 위해 롯데호텔측은 실내에 외국산 원목으로된 50여평규모의 무대를 만들었으며 축하객들은 金씨의 무병장수(無病長壽)를 빌며 왈츠.탱고등을 췄다.
한국무도평의회 소속「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축하공연.시범에 이어 벌어진댄스파티는 주인공 金씨가 무대에 나가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절정을 이뤘다.야상곡과 라쿰파르시타의 은은한 운율이 실내에 깔리면서 검은색 무도복을 입은 金씨가 홀 중앙 으로 나왔다.그동안 갈고닦은 왈츠와 탱고의 스텝을 능숙하게 밟아 나가고 완벽한「터닝」과「오버스윙」(손을 앞으로 제치는 동작)까지 해보이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제가 늙었다구요.탱고에서 삼바까지 쉬지않고 춤을 출수 있는힘과 정열이 남아 있는데도요.인생처럼 둥글둥글 돌아가는 춤을 추다보면 지나온 삶이 생각납니다.남은 세월을 새롭게 시작하는 활력도 춤에서 나옵니다.』 이날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참석자중 2백여쌍이 나와 춤을 춘 무도회시간.
『고향천리』『카추샤』등 음악이 흐르자 부부동반 참석자들이 왈츠.트로트.퀵스텝.룸바.차차.자이브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댄스곡에 맞춰 춤을 추었다.무대에 선 사람들은 金씨의 부인.친구들및金씨와 함께 춤을 배운 수강생들.청바지차림의 20 대에서 70대까지 있었고 직업도 사업가.회사원.학생.변호사등 다양했다.
9개월동안 춤을 배워 데뷔무대겸 참석했다는 이철희(李哲熙.28.대학생)씨는 노래가 나올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고 곡에 맞는리듬을 떠올리느라 자못 진지한 표정이었다.
80년 서울관악구청 건설관리국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에서 은퇴한金씨가 볼룸댄스를 접한 것은 5년전.평소 좋지않은 건강때문에 한 문화센터에서「운동삼아」시작하면서 부터다.
이날 행사도 2남2녀의 자녀들이 부친의 칠순을 뭔가 색다르게해보자는 뜻에서 마련한 자리다.행사비용은 일반 칠순잔치보다 다소 많은 1천4백만원.그러나 연예인과 밴드등을 부르지 않고 춤무대로 대신해 경비를 줄였다.자녀들 직업은 시사 영어사의 지사장과 토목설계사등이다.행사장에는 아마추어댄서들을 포함,7백여명이 몰려 자리가 모자라 서서 구경할 정도였다.
행사를 지휘한 전국무도평의회 부회장 박효(朴涍.50)씨는『그동안 국내에서 볼룸댄스하면 막연하게 퇴폐시하는 풍조가 있는데 선진국에서는 이미 1백년전부터 사교와 건강을 위한 건전한 모임의 하나로 자리잡아왔다』고 말했다.
그는『이제 국내에서도 이미 부부댄스클럽만도 3~4개가 생겨 정기적인 무도행사를 갖거나 대학 교양강좌의 하나로 자리잡을 정도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洪炳基.千昌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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