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간고등어 업체 ‘짭짤한 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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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간고등어 생산자협회 오상일 회장이 11개 회원업체의 명패가 걸린 사무실에서 회원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송의호 기자]

안동에서 간고등어를 생산하는 ㈜하회마을종합식품은 설 대목인 지난달 29일 우체국 쇼핑 주문이 폭주했다. 문제는 주문 물량은 넘치는데 납품할 고등어가 모자랐다. 회사는 주문을 받아 놓고 어쩔 줄을 몰랐다. 경쟁 업체인 ㈜안동맛자반이 이 소식을 접했다. ㈜안동맛자반은 포장하지 않은 간고등어 2000손(1손은 두 마리)을 ㈜하회마을종합식품에 곧장 보내 주었다.

㈜안동얼간재비는 30일 택배 주문이 한꺼번에 몰렸다. 이번엔 ㈜안동간고등어가 다급한 연락을 받고 간고등어 재료 3000손을 지원했다.

안동지역 11개 간고등어 업체들이 생산자협회를 만들어 대목에 모자라는 주문 물량까지 서로 지원하는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협력은 지난 추석 때만 해도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다.

안동에 간고등어란 상품이 등장한 것은 올해로 꼭 10년째. ㈜안동간고등어(대표 류영동)가 안동에 전해지던 옛 먹을거리를 현대적으로 처리해 진공 포장으로 선보이면서 간고등어는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안동간고등어는 인터넷 쇼핑몰의 인기상품으로 발돋음했고 해외 수출은 물론 미국 공장까지 만들 정도로 급성장했다.

㈜안동간고등어가 유명해지면서 마침내 유사 업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후발업체는 10여 개까지 급속히 늘어났다. 그때부터 과열 경쟁이 나타났다. 1만2000원하는 간고등어가 9000원에 팔렸고, 덤핑으로 값싼 고등어가 재료로 사용됐다.

생산자협회 오상일(63·㈜안동얼간재비 대표) 회장은 “업체 난립으로 품질이 갈수록 떨어졌다”며 “몇년 전부터 안동지역 간고등어 전체 매출은 하향세로 돌아섰다”며 협회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간고등어를 상품화하고 판매를 독점해 온 ㈜안동간고등어도 업체 난립이 남의 일만은 아니었다. 유사 업체가 판매한 상품이 문제를 일으키면 소비자들은 ㈜안동간고등어에 대고 다짜고짜 항의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산·제주 등 다른 지역도 간고등어를 내 놓기 시작했다.

한해 매출 500억원으로 안동을 대표하는 산업이 된 간고등어의 위기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11개 업체 대표가 뜻을 모았다. 안동간고등어 생산자협회를 결성한 것. 이들은 간고등어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시설도 현대화하기로 약속했다. 7가지 생산자 수칙도 만들었다. 홍보도 같이 하고 공동 브랜드도 검토하자며 의기 투합했다. 정부 지원금도 끌어내 볼 참이다. 지난 연말엔 회원 100여 명이 태안을 찾아 해안 기름 방제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수산물로 돈을 버는 만큼 바다 사랑을 실천하자는 뜻이었다. 경쟁자가 동반자로 바뀐 것이다.

㈜안동간고등어 류 대표는 “군소 업체를 묶어 향토 브랜드를 키우는 일에 기꺼이 힘을 보탤 것”이라며 “우리는 통조림 분야로 사업 분야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시도 간고등어 단지 조성 등을 구상하며 협회 결성을 반기고 있다.

생산자협회는 이번 설 대목 협력을 계기로 다음엔 품질 인증과 소금·비닐·스치로폼 등 자재를 공동 구매하고 냉동창고를 함께 지을 계획이다. 또 지금은 고등어 내장 등 부산물을 사료공장에 그냥 내보내지만 생산자협회가 사료공장을 공동으로 짓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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