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고려대에 30억 쾌척한 의사 유광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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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때 장학재단을 만들까도 생각했지만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부 쪽을 택했어요.”

여성전문 의료기관인 유광사병원의 유광사(67·사진)원장이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30억원의 재산을 기증했다.

유 원장은 서울 강서구 장학회 이사장, 고대 의대 교우장학회 회장 등을 맡으면서 오래전부터 지역사회와 불우이웃 돕기에 앞장서 왔다.

그가 거액 투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진료 때문에 평생 해외여행을 못하다가, 얼마 전 미국 하버드 의대에 유학 중인 아들(상욱)을 방문하기 위해 처음 미국을 가봤어요. 그곳에서 대학 건물과 시설이 대부분 기부금으로 지은 것이란 사실을 알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남을 도울 수 있도록 성장한 배경에는 ‘아버지의 눈물과 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에 아버님은 일본으로 건너가 온갖 핍박을 받아가며 돈을 모으셨지요. 제가 의대에 들어가자 대견해 하시며 병원을 지어주시겠다고 억척같이 일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졸업하던 해인 1969년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어요. 제 병원에는 이렇게 아버님의 영혼이 담겨있습니다.”

그가 기부한 돈은 국제회의도 할 수 있는 대강당 증축에 사용될 예정이다. 고려대 오동주 의무부총장은 “이전에도 모교 발전기금 1억을 기부하는 등 나눔과 사회환원에 앞장선 분이 또 많은 돈을 기부해 놀랐다”며 “기부자의 뜻을 존중해 국제회의 대강당을 유광사홀로 명명하겠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개인병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분만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많을 때는 한달에 450명까지 아이를 받았어요. 강서구와 양천구 호적계에 계신 분이 신생아 출생의 70%가 저희 병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30여 년간 받은 아기가 적게 잡아도 10만 명은 될 겁니다.”

유 원장은 1994년 국민훈장 모란장, 2001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및 국세청장 표창 등을 받은 바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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