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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준, 청와대에 둥지 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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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 정책 브레인인 곽승준(48·사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디에 둥지를 틀 것인가. 곽 교수는 현재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에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장기적인 국정과제나 국책사업을 다루는 자리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아니라 그의 행정부 차관 행을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때는 경제수석을 맡을 것이란 소문도 돌았었다.

청와대든 행정부처든, 그의 거취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 당선인의 각종 공약과 정책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곽 교수와 이 당선인의 인연은 오래고 깊다. 곽 교수의 부친이 현대그룹에서 이 당선인과 함께 일한 계열사 사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곽 교수가 본격적으로 이 당선인을 돕기 시작한 건 서울시장 선거 이전인 2001년께다.

이후 이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원(GSI)정책실장, 경선캠프 정책본부장, 대선캠프 정책기획팀장 등 정책라인의 핵심으로 일했다. 한반도 대운하, 산업은행 민영화, 금산 분리 완화, 각종 중소기업 정책 등 이 당선인의 굵직한 정책마다 곽 교수의 손때가 묻어 있다.

다변(多辯)인 곽 교수의 보고에 이 당선인은 가끔씩 “당신은 교수 출신이라 너무 이론적인 설명을 많이 한다. 복잡하게 얘기하지 말고 간단하게 이야기하라”고 호통을 친다. 정두언·이춘식 정무보좌역과 함께 당선인에게 가장 꾸중을 많이 듣는 참모에 속한다. 하지만 ‘꾸중은 신임의 지표, 많이 혼나는 사람이 실세’란 이명박 사단의 풍토 때문인지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눈치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건 정책적 감각이나 이 당선인의 신임이 전부가 아니다. 교수이면서 교수 같지 않은 캐릭터가 인수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본인은 “오랫동안 웅변을 배워 맺고 끊음이 분명한 말투”라고 주장하지만, 목소리 톤이 높고 말이 급한 곽 교수의 말투를 흉내 내는 ‘곽승준 성대모사’가 인수위에 유행하기도 한다.

휴대전화 컬러링을 ‘마이클 런스 투 록’의 ‘슬리핑 차일드’같은 팝송이나 장르를 가리지 않는 최신 히트 가요로 수시로 바꾸는 신세대적 취향을 가졌다. 노래방 18번도 힙합 듀오 리쌍의 최신곡 ‘발레리노’다. 4분여 동안 끊이지 않는 랩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실력을 갖췄다.

한때 일본의 이종격투기 K-1 중계에 심취해 밤마다 케이블TV를 보며 표도르와 크로캅 등 외국 스타선수들의 기술을 연구하기도 했다. 체육교육학과 동료 교수의 소개를 받아 국내 이종격투기 선수와 연습경기를 했다가 경기시작 30초 만에 기권패한 이력도 있다. 그를 두고 ‘인수위의 열혈청년’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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