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로스쿨 문제 새 정부가 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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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로스쿨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부가 법학교육위원회 원안대로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을 발표했다. 청와대와의 충돌 끝에 9월 본인가 때까지 로스쿨 1~2곳 추가 선정이란 단서가 추가됐을 뿐이다. 사태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대학의 반발은 이제 걷잡을 수 없게 됐다. 대학 총장이 로스쿨의 선정 파행을 문제삼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은 전국에서 올라온 대학 총장·교수·학생들의 항의 시위로 연일 북새통이다. 로스쿨 예비인가 취소 처분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요구하는 대학의 줄소송도 이어질 태세다.

현 정부가 만신창이가 된 로스쿨 대학 선정을 밀어붙이는 건 예고된 정책 실패다. 인가받은 대학이나 탈락한 대학 모두가 불만인 상태에서 로스쿨이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인가 대학들은 배정받은 정원으로는 정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아우성이다. 탈락 대학들은 왜 떨어졌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심사 점수 공개는 물론 심의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요구할 작정이다. 로스쿨 선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금이 갈 대로 간 것이다. 이런 마당에 로스쿨이 제대로 뿌리내리길 바라는 건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이제 로스쿨 혼란의 출구를 찾는 건 현 청와대와 교육부의 몫이 아니다. 로스쿨 선정을 중단하고 새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 실마리는 로스쿨 도입 목적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다양한 분야의 법률 전문가 양성이 로스쿨 취지다. 그렇다면 총정원을 대폭 늘리는 게 취지에 부합하는 길이다. 개별 대학이 배정받은 정원을 늘려주고 조건을 갖춘 대학은 로스쿨을 운영할 수 있게 추가 인가를 해야 한다. 로스쿨 교육의 질 문제는 경쟁에 맡기면 될 일이다.

로스쿨 정원을 늘리는 데 법 개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새 정부 교육부 장관이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과 협의해 결정하면 된다. 설령 로스쿨 출범이 1년 늦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그게 맞는 방향이다. 로스쿨 파국을 막는 해법은 이제 새 정부 의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