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사라진 조선 술 살려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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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순당 부설 연구소의 신우창(39·사진) 박사는 ‘술꾼’이다. 술을 잘 마셔서라기보다 술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서다. 하루 평균 8시간, 길게는 18시간을 술과 씨름한다. 새 제품 개발을 위해 이 술 저 술 맛을 보자니 머금고 뱉는 양은 측정할 수 없다. 실제 주량은 백세주 한 병도 안 된다고 한다.

올 들어 그의 입은 더욱 바빠졌다. ‘전통주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한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는 너무 마시는 데 치우쳐 있어요. 술자리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맛의 전통주가 개발돼야 합니다.” 그의 올해 목표는 적어도 한 달에 한 가지 전통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2006년 경북 문경의 특산물인 오미자로 ‘명작 오미자’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배중호 사장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신 박사는 우선 각종 문헌을 뒤지고 있다. 특히 일제시대를 거치며 사라진 조선시대의 술에 관심을 쏟는다. “일단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이 목표예요. 문헌이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家釀酒)를 토대로 시대·지역·기능별로 복원 가능한 것은 다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요즘엔 단오절에 창포로 빚어 마셨다는 ‘창포주’, 유자와 솔잎을 이용한 ‘유자송절주’를 되살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통주 복원은 이런 잠재 수요를 되살리다는 점에서 국순당 같은 회사의 상업적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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