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공연·전시] 맛있고, 재미있고, 배울 것 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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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공연이라고 얕잡아 봤단 세상 물정 한참 모르는 얘기다. 어머니들이 얼마나 꼼꼼한가. 내용도 따지고 교육도 생각하고 값도 요리조리 비교해 보는, 까다로운 소비자다. 자연히 시장에서 살아남고 인정받은 어린이 공연은 때론 성인 공연보다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밥상도 다채롭다. 취향에 맞게 고르시길.

고추장 떡볶이

극장에 냄새가 진동한다. 고추장에 케첩·간장 등 뭔지 모를 듯한 야릇한 냄새로 코가 욱신거린다. 갖가지 음식 재료가 부엌에 줄줄줄 흐르고, 바닥은 뒤범벅된다. 관객은 끔찍하다는 듯 ‘캬-악’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재미있다.

이 작품은 ‘지하철 1호선’을 만든 김민기 대표의 극단 학전이 만들었다. ‘지하철 1호선’처럼 독일 원작을 차용했지만 이번에도 원작의 스파게티는 떡볶이로 토착화된다. 큰 줄기는 어머니의 과보호 속에 살아가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생 비룡과 유치원생 백호 형제의 좌충우돌기다. 연극판 ‘나 홀로 집에’라 할 만하다.

김민기 대표는 이참에 아예 ‘어린이 뮤지컬 전문 극단’을 표방하려는 듯하다. 이미 ‘우리는 친구다’를 통해 한국 사회에 넘쳐나던 어린이 공연, 즉 과잉된 표정과 뻔한 교육적인 스토리를 배제한 김민기식 어린이 작품은 ‘고추장 떡볶이’를 통해 더욱 깊어지고 다이내믹해졌다.

등장인물들은 선과 악이란 이분법으로 나눌 수도 없으며, “우린 마땅히 이렇게 살아야 올바르다”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에서 흔히 부딪히고, 혹은 우리 자신이기도 한 모습들이 여과 없이 그려진다. 이건 ‘어린이용’이란 타이틀을 건 공연에선 사실 파격이다. 그러면서도 눈높이를 고려해 사실적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스케치해 공감의 울림을 증폭시킨다. 같이 보는 어른들에게 더 큰 무언가를 안겨준다. 작지만 놓치면 아쉬운 공연이다. 가격도 저렴한 편. 1만8000~2만원. 학전블루 소극장. 02-763-8233.

마법천자문

무려 850만 부나 팔린 학습만화의 베스트셀러 『마법천자문』이 무대에 오른다. 원작의 내용대로 勇(용기 용), 學(배울 학), 忍(참을 인), 信(믿을 신), 友(벗 우) 등 다섯 개의 한자가 합쳐지는 마법천자패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손오공의 모험담을 그린 판타지 뮤지컬이다. 영상과 특수효과 등 최첨단 메커니즘을 통해 50여 개의 한자가 휙휙 무대를 날아다닌다. 소규모에 허덕대는 기존 어린이용 작품과 달리 확 펼쳐놓은 공간은 아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주기에 충분하다. 2만~4만원.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1544-1555.

여우야 뭐하니?

가족 뮤지컬이자 체험극이다. 자치기·우리 집에 왜 왔니·비석치기·오재미 등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는 우리네 골목 놀이를 소재로 여우와 어린이 사이의 우정을 그려간다. 공연 전후 극장 로비에서 ‘고무줄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오재미로 박 터뜨리기’ 등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2만~3만원.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1544-5955.

최민우 기자

◆아세요? 덕담

덕담 (德談)=새해를 맞이하여 어른·친구·아랫사람에게 해주는 인사말이다. 한 해 동안의 일들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것인데 상대의 형편에 따라 말한다. 자식을 보고, 승진을 하고, 재산을 불리고, 건강을 축원하고 등등. 이웃끼리는 인사하고, 먼 곳은 전갈을 하거나 서신으로 연락한다. 새해 인사카드를 보내는 것도 덕담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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