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공중전’보다 더 살벌할 총선 ‘백병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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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14면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한나라당 공천 갈등이 주기적으로 재발하는 양상이다. 당내 세력을 양분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공천이 한 단계 나아갈 때마다 불꽃 튀는 싸움을 벌였다.

공천 시기를 놓고 불거진 싸움이 지난달 23일 ‘이명박-박근혜 회동’으로 진정됐으나, 공천심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박 전 대표 측 김무성 최고위원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공천 신청 규정을 두고 또다시 한판 붙었다. 급기야 강재섭 대표가 이방호 사무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이 총장은 이를 거부하는 사태로까지 진전됐다. 비록 이 총장이 이명박 당선인 쪽에서 점찍은 케이스라고 해도 임명권자인 당 대표가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칩거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한쪽에선 “강 대표가 노골적으로 박 전 대표 편을 든다”고 비난하고 한쪽에선 “강 대표가 이 당선인 측과 짜고 드라마를 찍는다”고 손가락질한다. 어쨌든 2일 당규를 변경해 김무성 최고위원이 구제되면서 다시 진정 국면이 찾아왔다.

5일 공천 신청이 마감되고 설 연휴가 지나가면 이제 신청자들에 대한 공천심사위의 개별 심사가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싸움이 큰 틀을 정하는 ‘공중전’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역구 하나하나를 두고 ‘지상전’이 벌어지는 셈이다. 지난해 8월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박 측은 세력 확보를 위해 지역구마다 자기 쪽 사람을 심었다. 그 사람들이 이제 링에 올라오는 것이다. “이미 공천 기준은 깨진 셈”이라는 당내 인사의 말은 살벌한 백병전을 예고한다. 설 연휴가 조용히 지나간다 해도 마지막 ‘평화 주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자유선진당의 설은 더 평온할 듯하다. 신당은 아직 공천 신청기간을 공고하지 못했다. 선진당은 12일 국민중심당과 합친 이후라야 공천 신청을 받게 된다. 이들에겐 한나라당 싸움이 부러움의 대상일 수도 있다.

▶지난 주
28일 이명박 당선인, 한승수 총리 후보자 지명
28일 노무현 대통령, 정부조직 개편안 거부 시사
2월 1일 자유선진당 창당식=이회창 총재 추대
1일 당선인, 유우익 대통령실장ㆍ김인종 경호처장 임명
2일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 개최=벌금형 전력자 공천신청 허용 의결, 당내 갈등 봉합 국면
▶이번 주
3일 민노당 임시 당대회=혁신안 통과 여부로 진통 겪을 듯
5일 인수위, 당선인에 대한 제3차 업무보고
5일 한나라당 공천 신청 마감
5일 한나라당-통합신당, 정부조직 개편안 놓고 3대3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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