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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으로 정착한 양고기는 어떤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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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기자들의 식탁’ 시리즈를 읽고 언젠가는 내 차례가 오겠지 하며 마음속으로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원고 청탁을 받고 나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만큼 선택은 힘든 것인가 보다.

서울 마포 용강동 일대는 저녁 퇴근 무렵 골목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마포주물럭 등 선술집 형태의 고기집들이 수십 년째 성업 중이다. 이곳에서 19년째 문을 열고 있는 양고기 전문점 ‘램랜드(Lamb Land)’. 1990년대 초 프랑스에 유학갔다 온 불문학과 교수님들의 소개로 알게 된 곳이다. 양고기 요리에 필수적인 레드와인이 1병에 1만원 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2만5000∼7만원짜리 프랑스ㆍ칠레ㆍ루마니아산 10여 가지로 늘었다.

요즘에야 주변에서 양고기 요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火鍋) 요리에도 얇게 썬 양고기가 나오고, 붉은 향신료 가루에 찍어 먹는 중국식 꼬치구이를 파는 양러우촨(羊肉串)가게도 자주 눈에 띈다. 하지만 ‘램랜드’가 들어설 때만 해도 ‘양고기’ 하면 양곱창의 양(소의 첫 번째 위)인 줄 아는 사람이 많았다. 초창기에는 중동 건설현장에 다녀온 분이나 프랑스 유학파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매니어의 식탁’이었다.

하지만 양고기는 이제 식탁의 ‘만국 공통어’, 서민적인 메뉴로 바뀌었다. 램랜드 덕분에 고급 호텔의 양식당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양갈비 구이가 한국식으로 바뀌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세 가지 김치, 된장에 찍어 먹는 오이와 고추, 구워 먹는 통마늘과 양파만 보면 영락없는 소갈비 구이집이다.

우선 삼각갈비(1인분 1만8000원)를 철판에 구워 머스터드나 깨소금에 찍어 먹는다. 양고기는 바싹 익히지 말고 좀 덜 익은 듯할 때 먹는 게 좋다. 그런 다음 통뼈를 우려낸 국물에 깻잎과 들깨가루·고춧가루를 곁들여 얼큰한 양전골(1만∼4만원)로 마무리한다. 수육과 찜을 국물과 함께 내기도 하고(2인분 3만2000원) 점심 때는 전골(7000원), 양곰탕(6000원) 등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양갈비를 보통 레드와인, 로즈메리, 마늘, 올리브유, 겨자에 하루쯤 미리 재워뒀다가 그릴에 구워낸 다음 민트 소스나 머스터드 소스에 발라 먹는다. 하지만 램랜드에서는 생갈비를 그대로 굽는다. 그만큼 고기가 신선하다. 필자는 램랜드에 갈 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라벤더를 섞은 바닷소금, 다진 마늘, 로즈메리로 직접 만든 소스를 미리 준비해 간다.

램랜드는 1989년 국내 고급 호텔에 양고기를 납품하던 수입육 회사 사장이 낸 가게다. 영업부 사원으로 램랜드 운영을 맡아 해오던 임현순(52) 대표가 2001년 아예 가게를 인수해버렸다. 임 대표는 “소 갈빗살처럼 부드럽고 맛은 더 고소하다”고 양고기 자랑을 한다.

생후 1년 미만의 어린 양고기를 램(lamb), 1년 이상의 양고기를 머튼(mutton)이라고 한다. 램은 주로 식용, 머튼은 양모 수확용으로 기른다. 램랜드는 호주산 생후 1년 미만의 어린 양을 쓰기 때문에 냄새가 거의 없고 육질도 연하다. 직장 회식이나 가족 외식, 외국인을 동반한 모임에 좋다.

램랜드(Lamb Land)
위치 지하철 5호선 마포역 1번 출구 신한은행에서 우회전 300m 파리바게트 옆
영업시간 11:30∼22:00
좌석수 60석, 주차 가능, 저녁은 예약 필수
문의 02-704-022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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