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잘 ‘처리할른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지도자는 성과를 내기 위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필수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 특사를 새 정부의 총리로 지명 발표함으로써 경제를 살리고 통상 및 자원 외교를 중시하는 정책을 드러냈다. 국민은 새로 책임을 맡은 사람이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할른지’ 관심과 걱정이 있을 것이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처리할른지’라는 표기는 맞춤법상 옳지 않다. ‘처리할는지’로 적어야 한다. 발음은 [처리할른지]로 나지만, 우리말에 ‘-ㄹ는지’라는 어미는 있어도 ‘-ㄹ른지’는 없다. 종종 ‘처리할런지’라고 쓰는 사람도 눈에 띄지만 이 또한 표기법에 어긋난다. ‘-ㄹ는지’는 의문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나 종결어미로 쓰인다. “손님이 올는지 아침부터 까치가 울고 있다” “그 사람이 과연 올는지”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를 누가 알겠니?”처럼 쓰면 된다.

표준어 규정 표준 발음법을 보면 ‘난로[날 ː로], 신라[실라], 천리[철리]/ 칼날[칼랄], 물난리[물랄리], 줄넘기[줄럼끼]’처럼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발음한다고 돼 있다. ‘처리할는지’도 ‘ㄴ’ 앞에 ‘ㄹ’이 있어서 [처리할른지]로 발음이 되는 것이다. 발음이 이렇게 나다 보니 많은 사람이 잘못 표기하는 것 같다.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한글맞춤법 제1항에서 ‘어법’이 강조된 경우라 하겠다. 

한규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