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예약석>"신아가씨와.."의 뮤지컬 전문배우 이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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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모자만 벗으면 영락없이 변두리 싸구려 술집여자다.빨간색.파란색.노란색으로 촌티가 뚝뚝 떨어지게 물들여지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그렇다.
『新 아가씨와 건달들』에 출연중인 뮤지컬 전문배우 이미라(28). 그녀는 요즘 무대밖에서도 이런 모습으로 그냥 외출한다.
벌써 한달째다.
누가 손가락질하든 말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되레 술집여자쯤으로 보이는게 더 좋다.그것이야말로 정말 바라는 바니까.
『사라역도 해보았지만 왠지 지금 제가 맡은 아들레이드역이 훨씬 더 마음에 들어요.제 성격을 꼭 닮았거든요.』 아들레이드역.무려 14년간이나 도박꾼「나산」을 죽어라 쫓아다닌 끝에 결국결혼에 골인하는 열성적이고 적극적인 술집무희다.
마음에 안들면 통통튀고 안달하고,언젠가는 원하는 것을 손에 쥐어야 직성이 풀리는 집념.그게 어쩌면 그렇게도 자신을 빼닮았는지 신기할 정도다.
반대하는 부모 손을 뿌리치고 뮤지컬 전문배우가 되기위해 앞만보고 달려온지 벌써 올해로 9년째.꿈많은 여고졸업후 광주집을 떠나,혼자 덜렁 서울로 올라와 멋대로 무용과(한성대)를 선택했고,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연기공부 한다며 민중극단에 들어갔다.이모든게 다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하나로 스스로「골라」선택한 코스였다.
『뮤지컬배우는 꿈과 희망이었어요.인기도 없는 이 직업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몰라요.아마도 노래.춤 .연기 세가지 다 잘할수 있다는 욕심때문이었나 봐요.』 그녀는 요즘 눈코 뜰새없이 바빠졌다.마땅한 전문배우가 몇 안되는 상황에서 뮤지컬 공연붐이일자 갑자기 주가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전문배우가 턱없이 모자라요.그러나 인기 스타들의 단순 대역이 아니라 무대의 주역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왔으면 합니다.』 아직도 속상하고 불만이 더 많은 뮤지컬 전문배우의「희망사항」이다.
글 金光洙.사진 吳東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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