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화장장에서 발생하는 열 예배당 난방에 활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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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사람의 체온부터 가축의 분뇨까지.

유럽 각국이 석유·가스 등 화석 연료의 가격 상승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그린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30일 보도했다.

그동안 버려지던 자원을 재활용해 에너지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화석 연료 등 기존 에너지를 적게 쓰게 돼 경제적인 이득도 크고, 지구온난화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웨일스 지방의 농부인 리처드 톰린슨은 그가 키우는 소 600마리의 분뇨를 이용해 인근 500여 가구의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독일 등에서는 가축 분뇨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메탄가스 등을 모아 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기비료도 생산되는 등 경제적 효과가 의외로 크다.

영국 맨체스터 지방의 목사 16명은 화장장의 화장로에서 발행하는 열을 예배당 난방에 활용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네덜란드 아베호른에 있는 한 회사는 태양열로 달궈진 도로와 주차장의 지열을 모아 가정과 사무실의 난방에 이용하고 있다.

스웨덴 기업인 예른호센은 스톡홀름 중앙역을 오가는 25만 명의 통근자가 뿜어내는 체온을 모아 13층짜리 건물의 난방에 이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회사 측은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일이든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방안도 시도됐다. 22일 독일 브레멘을 떠나 베네수엘라로 항해를 나선 화물선 ‘엠에스(MS) 벨루가 스카이세일스’는 160㎡의 초대형 연을 보조동력으로 쓰고 있다. 연이 시속 12∼74㎞의 바람을 타고 날면서 1만t의 화물선을 끌고 가는 것이다. 이처럼 연을 보조동력으로 쓰면 연료 소비량을 최대 15% 정도까지 줄여 매일 2000여 달러(190여만원)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15%까지 감축하는 효과도 있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서 선두주자인 독일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 바이오 매스 에너지 사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 덕분에 독일의 풍력 발전은 전 세계 발전 용량의 33%를 차지할 정도로 발전했다. 또 축산 분뇨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바이오 가스 시설도 독일 전역에 2700여 개가 있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 측은 “미국에선 아직까지 에너지는 싸고 풍부하다고 생각하지만, 유럽은 그런 환상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인 발걸음을 성큼 내디뎠다”며 “유럽에서 ‘녹색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움직임은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23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2020년까지 EU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까지 높여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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