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다시본다>下.수출단지 마킬라도라 활기는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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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페소貨 위기를 계기로 멕시코를 겨냥한 투자는 끝장난 것인가.
여기에도 음지와 양지가 있다.
멕시코의 내수시장을 겨냥했던 비즈니스는 한마디로 엉망이 됐다.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다.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등에 업고 멕시코 시장진출에 휘파람을 불던 미국.캐나다 기업들은 죽을 맛이다.
대형투자사업들이 무더기로 취소 또는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있다.멕시코 투자위원회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투자상담이 페소위기이후 전면 중단상태라고 했다.캐나다의 라이만 브라더스사가 8억5천만달러를 들여 계획했던 50층짜리 오피스건 물 건설 프로젝트를 당장 백지화시킨 것을 비롯,외국 진출업체 상당수가 감원을준비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 물건을 수입해다 파는 유통업체들의 타격이 가장 심하다.
월마트 관계자는 금년중에 25개의 매장을 추가 신설할 예정이었으나 전면 유보시켰다.다른 유통체인들도 비슷한 형편이다.
멕시코 시티에 나와 있는 한국 지.상사들도 힘이 쭉 빠져 있다.페소값이 50%이상 떨어졌으나 당분간은 거래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상황인 까닭이다.
그러나 페소폭락사태가 모든 외국인 투자기업들을 못 살게 만든것은 아니다.미국등 제3국시장을 겨냥한 마킬라도라 쪽에 가면 전혀 딴 세상이다.페소위기가 어떻게 불어닥치든,주가가 얼마나 곤두박질치든 미국과의 국경을 따라 들어서고 있는 마킬라도라 지역의 기업들은 NAFTA를 계기로 정신없이 사업확장에 골몰하고있다.오히려 페소가 떨어지는 바람에 종업원의 임금부담이 줄게 됐고,기타 인프라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않게 혜택을 보게 됐다. 안테나 실드박스라는 컬러TV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2년반전에 티후아나로 진출한 유림전자의 경우를 보자.당초에는 한국 전자회사들이 나오니까 하는수 없이 동반진출했던 부품 납품업체였다.당시 60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짓고 작년 한햇동 안은 삼성전자에 납품하면서 4백만달러의 매출을 간신히 기록했다.금년 예상매출은 무려 1천만달러,내년은 2천만달러를 내다보고 있다.이회사 관계자의 설명은 간단했다.
『한국 업체뿐 아니라 일본 업체들을 뚫고 들어가는데 성공한 결과다.한국 업체에 납품하는 것은 전체 생산의 20%정도밖에 안된다.오히려 소니를 비롯해 마쓰시타.도시바.산요등 일본 메이커들에 납품하는 비중이 더 크다.』 60만달러를 투자 해 2천만달러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으니 더 설명이 필요치 않은 케이스다. 코스트다운의 요인이 생겨 납품가격을 작년보다 3% 깎아주고 있을 정도다.
『티후아나를 중심으로 한 마킬라도라 지역의 공업화는 NAFTA출범 1년동안 더욱 심화되고 있다.삼성전자의 경우 수원공장을통째로 옮겨 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조립라인과 부품업체들만오는 것이 아니라 소재까지 여기에서 만든다.이 것은 멕시코의 페소위기와 무관하다.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뿐이다.』(최진배 삼성전자 티후아나 현지법인사장) 삼성이 이미 브라운관 제조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어 대우도 조만간 현지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멕시칼리의 금성도 부품업체들의 동반진출이 본격화단계에 들어갔다.
일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세계의 가전산업이 이곳으로 죄다 몰려와 「단지화」하는 추세다.그것도 소재생산에서 조립라인에 이르기까지. 초기에는 값싼 멕시코의 임금과 미국시장과의 근접성만을염두에 두고 외국기업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게 아니다.제품생산의 완전한 수직결합을 추구하는 구조적인 산업재편이 진행되고 있다.더이상 국적은 문제되지 않는다.어 느나라 기업 제품이든 가장 경쟁력 있는 것만으로 최선의 조합을 창출해내는 현장이 바로 이 지역이다.

<이장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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