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안 하면 생물학적 나이 10년↑

중앙일보

입력

퇴근 후나 주말에 TV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사람은 여가 시간에 운동을 열심히 하는 같은 또래에 비해 생물학적 나이를 10년 더 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의 성 토마스 병원의 팀 스펙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401쌍의 쌍둥이 백혈구에서 인간의 염색체를 떠받치는 텔로미어의 길이, 즉 ‘염색체 시계’를 측정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될 때마다 짧아진다. 너무 짧아서 세포가 더 이상 나누어질 수 없게 될 때는 텔로미어가 인체의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일종의 타이머 역할을 하게 된다.

연구팀은 여가 시간에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활동적인 사람에 비해 텔로미어가 짧다고 밝혔다. 평균적으로 볼 때 활동량이 가장 적은 사람(매주 16분)은 활동량이 가장 많은 사람(매주 3시간)에 비해 세포수가 200 bp(base pair: 유전자의 단위)나 적게 나타났다. 이를 생물학적 나이로 환산하면 10년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이에 앞서 흡연과 비만이 생물학적 나이 10년에 해당하는 텔로미어 길이를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흡연이나 비만에 관계 없이 운동량만 갖고 측정한 것이다.

또 심리적 스트레스도 산화 작용을 일으켜 DNA 변화와 텔로미어 길이의 축소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운동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여가 시간에 운동할 때만 세포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 단순 노동은 반대의 효과를 가져와서 오히려 텔로미어의 길이를 단축시킨다. 스펙터 박사는“단순 노동은 사회의 밑바닥에 있다는 사실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생물학적 나이를 알려주는 텔로미어의 길이는 유전될 수 있다. 하지만 유전자나 성장과정이 똑같은 쌍둥이 그룹을 분석한 결과 보통의 운동량을 보인 사람보다 운동량이 많은 사람이 88 pb가 더 많았다. 생물학적 나이로 환산하면 4년 3개월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다고 해서 반드시 일찍 사망하는지의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알츠하이머(치매) 같은 노인병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운동을 한다고 해서 텔로미어의 길이가 복구되지는 않는다. 천천이 짧아질 뿐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노화 방지를 연구하고 있는 데이비드 겜스 박사는 “요즘 노인들은 노화를 더디게 하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는데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것이 돈도 절약하고 노화도 방지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내과 기록(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지 최신호에 수록됐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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