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배구슈퍼리그는 "살인리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지난해 12월22일 막을 올린 95배구 슈퍼리그는 3월26일까지 장장 석달이 넘는 대장정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경기방식.
명칭을 슈퍼리그로 바꾸며 의욕적 출발을 보인 것까지는 좋았으나 결승진출 두팀을 결정짓기 위해 남녀부 4강이 더블리그를 벌이는 것은 아무래도 선수보호는 외면한채 관중수입만을 노리는 마구잡이 편성이라는 인상이 짙다.
이미 두달이 넘는 대장정에 기진맥진해 있는 남녀부 4강팀 선수들은 최종결승에 오르기 위해 지금부터 다시 네팀이 번갈아가며두번씩 사력을 다한 일전을 벌여야한다.
주초 사흘을 쉰다고 하지만 2주동안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거의 매일 경기를 벌여야 한다.그나마 4차대회 우승팀은 최종결승전에 곧바로 직행하지만 2위팀은 3위팀과 다시 경기를 치러 승리해야 결승티켓을 따낼수 있다.
만약 3위팀이 승리를 거둔다면 2,3위팀은 다시한번 목숨건(?)일전을 벌여야 한다.
아무리 관중수입이 중요하다지만 이쯤되면 살인적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농구대잔치가 지난해 12월24일에 시작해 지난 3일 여자부 최종결승 5차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배구는 한 게임만 뛰고나면 3~4㎏씩 체중이 줄어들 정도로 극심한 체력소모를 요구하는 스포츠다.
이때문에 1차대회 남자실업부 우승을 차지했던 현대자동차써비스는 선수들의 체력저하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고 대학팀마저도 질질 끄는 경기방식에 몸서리를 칠정도다.
운동선수에게 강한 체력은 승리를 위한 최소조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장삿속만을 위해 선수들의 체력이 감당못할 무리한 경기일정을 강요하는 것은 선수들의 체력여부를 떠나 횡포로 보아야한다. 관중수입만을 노리는 질질 끄는 경기일정은 선수나 협회 그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않는다.급서한 김병선(金炳善)의 예를 굳이 들지않아도 벌써부터 선경 장소연(張少燕)이 경기도중 코트에서 쓰러지는등 선수들의 피로는 위험수위에 와있다.
鄭濟元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