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SKC 투혼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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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오는 4월10일 내한하는 NBA의 「살아있는 전설」 매직 존슨(전 LA 레이커스)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후 가진「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誌와의 인터뷰에서 농구를 「격투기」에 비유했다.『표범과 같은 움직임이 없이 는 찬스를 만들수 없고 야수와 같은 저돌성이 없이는 리바운드를 차지할 수없다』는 것이 존슨의 말이다.
그는 미국 농구의 위대함을 기술이나 전통이 아닌 「파이팅 스피리트」(투혼)에서 찾아내고 『나나 마이클 조던,찰스 바클리가아닌 파이팅 스피리트가 미국 농구를 우승하게 해 줄 것』이라고장담했다.
존슨의 말은 그대로 이뤄졌다.미국의 「드림팀」은 그 환상적인테크닉과 힘외에 타오르는 듯한 승리에의 갈구와 투쟁정신으로 88년 유고에 내줬던 올림픽 무대를 평정했다.3일 삼성생명-SKC전은 「백보드를 지배하는 팀이 그 게임을 지배 한다」는 농구의 정설을 완전히 뒤엎었다.삼성은 리바운드수 35-20으로 제공권의 우세를 확보했으나 게임을 지배하지는 못했다.
SKC는 전체적인 전력에서 열세임이 분명했으나 팀워크와 체력의 우세를 바탕으로 초반부터 기세좋게 삼성을 밀어붙였다.SKC는 코트에 들어서면서 이날의 한판을 「격투기」를 방불케하는 육탄전으로 이끌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삼성과 SKC선수들은 쉴새없이 코트에 나뒹굴며 땀으로 유니폼을 적셨다.그러나 삼성선수들은 SKC의 힘과 기백에 밀렸고 반면 SKC는「파이팅 스피리트」로 똘똘뭉쳐 게임을 주도했다.그 결과는 가로채기수 10-6의 우세가 상징적으로 보 여준다.
7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삼성은 게임전부터 날개가 꺾여 있었다.주전 센터 정은순은 독감으로 물을 삼키지도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악화됐고 SKC의 전략무기 유영주(劉永珠)킬러인 파워 포워드 한현선(韓現善)은 무릎인대 이완으로 경기장에 도착할 때까지 통증에 시달리다 독성이 강한 진통제를 복용한 후에야 코트에나섰다.그러나 삼성의 핸디캡을 충분히 감안하고라도 SKC의 파이팅은 이날 체육관을 찾은 1천여 관중들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누구라도 이의를 달수없을 만큼 완벽한 우승이었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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