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독재자 - 개발의 아버지 ‘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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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년간 인도네시아 개발 독재의 상징이었던 수하르토(사진) 전 대통령이 27일 86세로 숨을 거뒀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심장·신장·폐 기능 이상에 따른 빈혈과 저혈압 증상을 보여 4일부터 자카르타의 페르타미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199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하야한 뒤 자카르타의 자택에서 은둔 생활을 해 왔다. 수하르토는 네덜란드가 지배하던 1921년 자바섬의 하급관리인 아버지와 그의 두 번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네덜란드군→일본군→독립군’을 거쳐 인도네시아 군인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65년 군부 쿠데타를 진압하면서 권력을 잡았다. 67년에는 병석의 수카르노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이양받아 대통령이 됐다. 그는 천연가스·석유 등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국가 주도 경제개발을 추진했다. 집권 20년 만에 인도네시아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70달러에서 1000달러로 크게 늘었다. 연평균 6%를 넘는 고속 성장을 이끌며 ‘개발의 아버지’로 불렸다. 그러나 친미·반공 노선을 내세운 무자비한 독재 정치로 많은 국민들의 원성도 샀다. 반대 정당은 허용되지 않았고, 수십만 명이 살상당했다.언론자유를 외치는 수많은 언론인들이 거리로 내쫓겼다.

 그러면서 그의 가족·측근들의 부정부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해졌다. 그의 부인과 자녀들(3남3녀)은 자원개발·자동차·석유화학·은행 등 국가 기간 산업을 장악해 국부를 가로챘다.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 주식회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유엔과 세계은행은 수하르토 일가가 150억~350억 달러(약 14조~33조원)의 검은돈을 축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옹성 같던 그의 권력도 97년 외환위기로 인해 무너졌다. 경제난에 따른 폭동과 반정부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자 98년 물러났다. 그러나 다른 국가의 독재자와는 달리 처벌받지 않고 ‘평온한’ 말년을 보냈다. 인도네시아에선 어려운 경제 형편으로 인해 그의 개발 정책을 높게 평가하는 국민도 늘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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