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은 빨리 방문해 달라는데 … MB 어디를 먼저 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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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주변 4강의 초청이 취임 전부터 줄을 잇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2일 정몽준 특사를 통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미·중·일 3국은 당선인의 특사를 맞는 자리에서 이 당선인을 공식 초청했다. 러시아는 대선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명의의 축전을 통해 일찌감치 초청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 때문에 당선인 측은 방문 순서와 일정 조정을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판이다.
특히 일본의 움직임이 발 빠르다. 일본은 10일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특사로 보내 이 당선인을 공식 초청한 데 이어 최근 외교 경로를 통해 “첫 해외 방문국으로 일본을 택하면 어떠냐”고 조심스레 타진해 왔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미국을 방문하는 길에 먼저 일본을 들르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는 얘기다. 한·일 관계 복원에 대한 일본 측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인수위와 정부 안팎에선 ‘중국 배려론’도 나오고 있다. 나날이 커지는 국가 위상이나 교역 비중을 감안할 때 적어도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가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일본은 물론 중국과도 셔틀 외교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당선인의 취임 뒤 외교 일정 조정을 맡은 외교부는 최근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초기 해외 방문 일정을 조사해 봤다. 그 결과 중국·러시아와 수교한 이후 취임한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해외 방문 순서는 예외 없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순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당선인의 구체적 방문 일정은 상대방과의 협의에 달려있지만 방문 순서는 기존 관행의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딱 떨어지는 명분이 없으면 관례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의 경우 방문 시기가 과거 정권 때보다 대폭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년7개월 만인 2004년 9월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역대 대통령들의 러시아행은 대체로 취임 후 1년 이상 지난 뒤 이뤄졌다. 하지만 실용외교와 자원외교를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 시기가 올해 안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3∼4월께 성사될 전망인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상반기 중 일본과의 셔틀외교, 7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일본), 8월 베이징 올림픽 때의 중국 방문 등 새 정부 초기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해외 순방 외교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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