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괴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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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을 마치면 사회가 기다리는 20대, 선택의 갈림길에 선 시기다. 이들은 ‘선택’의 문제에 대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27일과 28일 이틀간 대학생 100명(남 50명, 여 50명)에게 물어봤다. 이들의 큰 관심사는 학업 또는 진로·연애·외모 문제 등이었다.

 # 학업 및 진로는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구체적으로는 ‘취업 vs 대학원’‘어학연수 vs 인턴십’을 들 수 있다. 100명 중 73명이 빨리 취업해 사회에 나가고 싶다고 응답했고, 27명이 대학원에 가겠다고 답했다.

김민정(24)씨는 “요즘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든 만큼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실력을 더 쌓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종일(27)씨는 “조금 눈을 낮춰서라도 취업해 실무경험을 늘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사회 진출을 원했다.

 2~3학년의 경우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를 갈 것인가, 회사에서 인턴십을 할 것인가도 심각한 고민이다. 영어능력과 현장경험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해외 인턴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대학교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외 인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 미팅이나 소개팅에서 이성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스타일을 보는가 얼굴을 보는가. 63%의 대학생들이 ‘얼굴보다 스타일’이라고 답했다. 박진용(21)씨는 “미팅에서 눈에 확 띄는 ‘퀸카’가 나왔는데 옷을 잘 못 입어 스타일 좋은 다른 친구를 선택했다”며 “스타일이 안 좋으면 센스가 없어 보여 별로” 라고 말했다. 반면 김민철(21)씨는 “스타일은 함께 만들어 가면 되기 때문에 얼굴을 더 본다”고 했다.

 대학생들의 연애에 있어 최고의 로망은 캠퍼스 커플(CC)이지만 헤어지면 그만큼 힘든 것이 또 CC다. 이별한 전 친구를 학교에서 마주쳤을 때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는 게 나을까 외면하고 지나가는 게 나을까.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80%의 학생이 ‘외면한다’ 또는 ‘멀리서 보면 딴 길로 돌아간다’고 답했다.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억지로 ‘쿨한 척’하느니 차라리 모르는 척 하는 게 낫다는 대답이다.

 # 사랑하는 이와의 스킨십은 자연스럽다. 교과서적인 스킨십의 단계는 먼저 손을 잡고 그 다음 포옹을 하고 그 후에 뽀뽀나 키스를 하는 순.

하지만 요즘 20대에게 이런 순서는 고전이다. 10쌍의 커플을 집중 인터뷰를 한 결과 무려 7쌍의 커플이 키스를 먼저 한 뒤 사귀게 되었다고 답했다는 사실! 김바울(24)씨는 “평소 맘이 있던 후배와 둘이 술을 마시다가 상대도 호감이 있는 것 같은 확신이 생겨 자연스럽게 키스를 하고 나서 사귀게 되었다”고 밝혔다.

반면 아직도 상대와의 짜릿한 첫 키스를 기대하며 열심히 진도를 나가는 ‘모범생들’도 있다. 최정우(25)씨는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을 ‘디데이’로 잡고 이벤트를 준비해 여자친구와 키스를 했다”며 “요즘 친구들에 비하면 느린 감이 있지만 공들인 만큼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거친 매력의 남성이 인기를 얻던 시대는 갔다. 20대 남성들은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고민한다. ‘완소남’‘훈남’‘꽃미남’ 트렌드에 동참하려면 외모 가꾸기는 필수다. 설문에 참가한 남학생 가운데 기초화장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제는 어디까지 화장을 하느냐인데, 아직은 ‘티가 안 나는 자연스러운 화장’을 원하는 사람이 80% 이상이었다. 윤기나고 단정한 손톱을 만들 수 있는 남성 전용 네일 관리세트, 수분 공급과 미백 등 자신 있는 맨 얼굴을 위한 맨즈 클래식 비비크림, 촉촉한 입술과 영양 공급을 위한 남성 전용 립밤 등이 ‘티 나지 않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남성들을 위한 대표적인 메이크업 아이템이다. 이준석(22)씨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가벼운 화장이 개성을 표현하고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고 말했다. 서희진(23)씨도 “꽃미남 스타일이 좋아 남친과 피부관리실에 같이 다닌다”며 트렌드에 맞는 남자친구 만들기에 적극적이었다. 

광고회사 웰콤 ‘영트렌드팀’ 김형근(건국대 국제무역학과 03학번)
일러스트레이션=웰콤 아트디자이너 김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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