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版 워터게이트 파문-르몽드紙,미테랑 不法도청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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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직 대통령과 총리가 관련된 프랑스판「워터게이트」파문으로 대통령선거를 2개월여 앞둔 프랑스 정가가 심각한 혼란에 휩싸여 있다. 퇴임을 목전에 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테러방지를 핑계로 재임기간중 수백명의 정치인등에 대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불법도청을 지시 내지 방조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시돼온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도 사법부 가 이미불법으로 판시한 도청을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폭로되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이에 따라 발라뒤르의 승리로 판세가 굳어지던 대선(大選)정국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미상태로 치닫고 있다.
미테랑은 집권 2년 후인 지난 83년부터 88년까지 6년간 대통령공관인 엘리제궁(宮)소속 反테러특수부대인 GIGN을 통해불법도청을 자행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93년3월 의혹이 처음 제기돼 그동안 수사가 진행돼오다 최근 도청일지가 수록된 5장의컴퓨터 디스켓이 발견되면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23개의 디렉토리와 5천1백86개의 파일로,85년9월부터 86년 총선 직전까지 작성된 이 디스켓은 정치인.언론인.작가.변호사.연예인등 주요인사들에 대한 1백18회의 구체적인 도청기록 을 담고 있다.
특히 엘리제宮은 패배가 확실시되던 86년3월 총선 전날 당시상원의원으로 곧 구성될 제1차 동거정부의 내무장관을 맡게 돼있던 샤를 파스카 現내무장관과 측근의 선거사무실을 도청한 것으로20일 르 몽드紙가 폭로함에 따라 워터게이트식 정치사찰이라는 결정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엘리제궁은 우파 정치인들 뿐만 아니라 같은 사회당 정치인,심지어 로랑 파비우스 당시 총리를 포함한 사회당 출신 장관들의 동태까지도 추적했으며 노출을 우려해 암호명을 사용,특별분류했던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발라뒤르 총리도 경찰의 불법 전화도청을 직접 재가했다는사실이 뒤늦게 밝혀짐으로써 사회 각계로부터 융단폭격을 당하고 있다.내무부는 지난해 12월 공화국연합(RPR)의 영수증 조작사건 관련자에 대해 수사상 긴급하다는 이유로 도 청을 했으나 사법부는 지난 8일 이를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그 때까지 모르는 척 침묵을 지켜오던 총리가 도청에 직접 개입했다고 18일 시사주간 르 포앵誌가 보도하자 발라뒤르 총리도시인,도덕성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
도청은 테러나 간첩,조직범죄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범죄수사에 이용할 수 없다는 현행법을 총리가 위반했고 사회적 논란이 이는 가운데도 이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다.
발라뒤르 총리는 또 19일 성명을 통해 모든 절차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이라고 반박하다가 여론의 화살에 부닥치자 하루만에 도청사유를 정확히 보고받지 못했다고 후퇴하는등 계속 악수를 두며궁지에 몰리고 있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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