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람들>상계주공 12단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남남끼리 모여사는 아파트살이도 단지내의 살림살이를 꼼꼼하게하면 서로믿고 화목한 이웃이 될 수 있지요.』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12단지는 아파트 동(棟)대표들이 관리비 사용내역 감시등 아파트살이와 관련된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는 모범단지로 정평이 나있다.가장 극성스러운 활동을 벌이는 이들은 임정애(林正愛.47),임진옥(林珍玉.44) ,이영순(李英順.39)씨 등여성 동대표 3총사다.
이들은 거의 매일 한번 정도는 관리사무소에 들러 주민들의 불편민원을 살피고 경비들의 근무상황도 살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중 가장 큰 언니격인 임정애씨는 남성들만 동대표자격이있었던 91년부터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동대표를 맡기 시작해 4년동안 동대표를 3번이나 했다.또다른 林씨와 李씨의 경우는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신출내기라 큰언니 林씨에게 배워 가며 일을 처리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처리하는 일은 관리비와 광고수입 등잡수입의 사용처를 감시하고 주민에게 내용을 알려주는 역할이다.
임정애씨는 『공동생활에서는 특히 돈문제의 내역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오해와 분쟁이 일어나고 이것이 이웃 간의 화목을 깨는 요인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林씨는 매달 관리비 청구때 나가는 어려운 부과내역서를풀어서 정리하고 그달그달의 잡수입 내역등을 자세히 적은 나름대로의 공지사항을 게시판에 공고한다.또 매달 주변 아파트 단지와의 관리비 비교표를 만들어 배포하고,난방비등을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오른 부분을 규명하기도 한다.
꼼꼼하게 챙기다보니 지난해에는 잡수입으로 3천여만원을 적립,승강기 수리비용등 큼직하게 쓰여야 할 곳에 요긴하게 쓸 수 있게 됐다.
이 아파트 관리소 李기복(63)소장은 『여성 동대표들이 수시로 나와 귀찮은 점도 있지만 하도 꼼꼼하게 챙기기 때문에 오히려 관리소사람들이 떳떳하게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여성동대표들은 『무보수 봉사직인 동대표의 경우 잘하 면 본전이고 조금만 잘못하면 욕먹기 일쑤여서 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그러나 동대표야말로 주부의 알뜰한 살림솜씨가 꼭 필요한 일이므로 여성들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해볼만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梁善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