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외고 입시안 어떻게 바뀌나 - 3학년 2학기 내신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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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사고력 완전 배제 등 2009 외고 입시 변경안이 발표됨에 따라 일선 학원가에
학부모 문의가 쇄도하는 등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수업중인 과천외고 학생들.

외고 입시안이 발표됐다. 내신비중이 30%이상으로 확대되고 창의·사고력 문제를 완전히 배제하기로 하는 등 적잖은 변화가 예고됐다. 과열된 중학교육의 정상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14일 일제히 발표된 경기권 외고들의 입시 요강을 살펴보면 이런 분위기가 충분히 감지된다. 지금까지 꾸준히 늘려오던 내신 실질 반영비율을 30%이상으로 확대하고 성적 반영 시기도 중학교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로 늘렸다. 또 토플·토익·텝스 등 영어 인증시험 성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하는 대신 별도의 영어시험을 통해 전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달 말 입시요강 발표를 앞두고 있는 서울권 외고도 내신 반영기준에서 3학년2학기 기말고사 성적까지 반영하는 내용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경기권 외고와 같은 길을 걷는다.
외대부속외고 박하식 교감은 이번 입시 변경안에 대해 “과열된 중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외고들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형에서 창의·사고력 문제 등 수학·과학 과목의 출제를 없애는 대신, 입학 후 철저한 내신 관리로 대입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영어에 살고 영어에 죽는다
2009학년도 외고 입시의 키워드는 단연 영어와 언어다. 내신 성적을 제외하고 영어와 국어(언어)의 비중을 살펴보면 고양외고(영어 100, 언어 100)처럼 비중이 동일하거나 외대부속외고(영어관련 150, 언어 50)처럼 영어의 배점이 더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외고 입시의 당락을 좌우했던 창의·사고력 문제가 배제되면서 영어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정상어학원 입시전략실 문상은 실장은 “비록 토플,텝스 등 공인 영어 시험은 성적표 자체로는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됐지만 외고 입시 준비를 위해서는 더 없이 좋은 척도”라며 “공동 출제되는 영어 시험도 말하기와 쓰기가 포함되지 않는 전통적인 공인 시험의 틀을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공어(영어) 우수자’ 특별전형으로 지원하려는 학생이 아니라면 난이도가 높고 지문이 다소 긴 토플이나 텝스의 문제 유형이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도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상위권 대학 진학이 지상과제인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수학이 가진 비중을 완전히 무시하진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해 입시안은 이미 발표된 그대로 시행되지만 대입 자율화 정책과 마찬가지로 외고 등 특목고 입시도 자율로 바뀌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미 올 입시안을 논의하는 서울권 외고 관련자 회의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일외고의 이용재 교무부장은 “대학입시는 이미 자율화로 가고 있는데 수월성 교육의 첨병인 특목고 입시안은 유독 제재가 심하다”며 “좋은 학생을 유치하려는 학교의 기본 욕구를 감안한다면 수학과목을 완전히 배제하는 안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학원가엔 창의·사고력 문제 출제에 대한 학부모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페르마에듀 목동 캠퍼스의 임진욱 원장은 “외고들도 명문대 입시 전형이 요구하는 큰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외고)입시안이 조정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장기적인 계획 아래 수학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일반전형 동시에 치러
2009학년도 외고 입시의 또 다른 특징은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을 동시에 치른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의 경우 A외고 특별전형에서 탈락하면 A외고 또는 B외고 일반전형에도 지원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다. 거기다 특별전형 요소도 ‘내신 우수자’ ‘전공어 우수자’ 등만 남기고 대부분 폐지되면서 자신의 강점을 충분히 고려해 지원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해 가장 경쟁률이 치열했던 ‘학교장 추천자’ 부문은 많은 외고에서 정원이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내신 우수자’ 부문에서도 내신 성적으로만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내신이나 외국어에 탁월한 실력을 자신할 수 없다면 일반전형을 노리는 것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울(12월 8일~12일)과 경기권(11월 중순) 전형 일정이 달라 경기권 탈락자의 서울권 지원은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서울권 외고 합격생들의 내신 커트라인이 경기권보다 다소 높다는 점을 감안해 지원해야 한다.
내신의 압박이 커졌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질반영률이 30%이상으로 확대되면서 1~2점의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바뀌는 외고 입시의 특성상 내신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것이다. 2008학년도 경기권 외고 입시에서 합격한 학생들의 내신 성적이 상위 25% 이내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커트라인이 더욱 높아지리라는 예상이다.

중2 자녀를 둔 학부모 김성경(45·대치동) 씨는 “아이가 외고를 준비하고 있는데 일단 부담스러운 창의·사고력 문제가 배제된다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벌써 외고가 생긴지 몇 년인데 아직까지 전형방식이 안정화 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 교육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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