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식의 동물 이야기] 낙타는 ‘경제적 동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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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35면

경제가 안 좋다, 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지난 대선에 나섰던 후보들마다 자기가 경제 살리기에 적임자라 자처했고 새 정부도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려움을 예측하고 대비했다면 사정이 지금보다 나아졌을 것이다.

필자는 우리 사회에 문제점이 대두될 때마다 동물과 사람을 비교하게 된다. 종종 인간의 지혜와 능력이 과연 만물의 영장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동물은 저마다 특기를 발휘해 변화무쌍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낙타의 생활 방식은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낙타의 생활터전은 그늘 없는 강렬한 햇빛에 복사열과 타는 듯한 더위, 건조하고 세찬 모래바람만이 있는, 그리고 물은 귀한 사막지대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낙타의 해부구조와 생리작용은 독특하게 진화·발달했다.

사막에 적응된 낙타의 발

낙타는 물이 없을 때 수분 소모를 최소화하고 탈수에 철저히 대비한다. 방광에 있는 오줌을 재흡수해 활용하며, 농축된 극소량의 소변과 마른 대변을 본다. 촘촘한 털은 피부를 통한 수분 증발을 최대한 막는다. 인간은 12%의 탈수에도 생명이 위험하나 낙타는 40% 정도의 극심한 탈수에도 별 탈 없이 견디는 초능력을 갖고 있다. 또 적혈구 모양이 작고 타원형이어서 탈수로 인해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도 혈류 속에서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 이 적혈구엔 많은 헤모글로빈이 농축돼 있어 세포에 산소 공급을 무난히 해낸다. 그리고 낙타의 적혈구는 수분 때문에 크기가 240%까지 늘어나도 파괴되지 않는다. 물이 있을 때 한꺼번에 많이 먹어둘 수 있는 것이다.

낙타는 또 등에 불쑥 솟은 육봉에 지방을 저장해 영양분이 모자랄 때 에너지원으로 쓰고 지방대사를 통해 물을 얻는다. 긴 눈썹은 강렬한 햇빛을 차단하고 모래로부터 눈을 보호하며, 코는 모래가 들어오지 않고 습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콧구멍을 마음대로 닫을 수 있게 되어 있다. 후각이 발달해 10㎞ 밖 동료의 냄새도 맡을 수 있기에 일행을 놓치지 않는다. 발바닥에는 탄성이 강하고 넓고 두툼한 조직층이 고온에 잘 견디고 사막의 모래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강인한 다리와 함께 장거리 이동에 지장이 없도록 되어 있다.

사막의 기후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차다. 낙타는 야간에는 체온을 섭씨 36.5도로 떨어뜨려 추위를 참고 낮에는 42도까지 변화시켜 더위에 적응한다. 또 젖의 농도는 다른 동물과 달리 어미의 체내 수분량에 상관없이 거의 일정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새끼들이 묽거나 진한 젖을 먹고 탈나는 일이 없다.

낙타는 또한 다른 동물들이 잘 안 먹는 거칠고 가시가 있는 식물 등 거의 모든 식물을 잘 먹는다. 그러나 한꺼번에 뿌리까지 다 먹어치우지 않고 넓은 지역을 이동하면서 조금씩 먹어 식물이 계속 자라도록 돕는다.

이처럼 낙타는 식량이나 물이 풍부할 때는 많이 확보해 앞날을 위해 저장하고, 없을 때는 저장한 것을 조금씩 쓰고 아끼며 재활용한다. 환경이 나쁠 때는 주변 탓을 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총동원해 대응한다. 척박한 사막지대를 묵묵히 견뎌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낙타의 세상 살아가는 방식이야말로 우리에게 귀감이 될 만한 경제 전문가적 행동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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