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닭벼슬 기사’ SK를 지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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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SK 나이츠가 17일 잠실에서 KT&G를 72-70으로 꺾었다. 2연승한 SK는 아직 6위지만 공동 3위 팀에 1.5경기 차로 다가섰다.

 SK의 마스코트는 나이츠(기사)다. ‘닭벼슬’처럼 생긴 장식이 달린 투구를 쓰고 있다. SK 외국인 선수 자시 클라인허드(사진)의 머리도 그렇다. 주위는 빡빡 밀고 가운데만 기른 ‘모히칸 스타일’이다.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몸엔 문신투성이여서 인상이 썩 좋지는 않지만 클라인허드는 매우 성실하다. 영리한 데다 경기 중 흥분하지 않고 제 몫을 다해 김진 감독이 좋아한다.

 17일엔 더욱 그랬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11년을 뛰었다는 아버지가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클라인허드는 아버지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처럼 NBA에 진출하지 못하고 터키·슬로베니아 등 여러 나라를 떠돌고 있다. 적어도 이날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클라인허드는 NBA 선수 부럽지 않은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 평소 17.8득점을 하던 그는 전반에만 13득점을 했다. 전반 KT&G의 에이스 마퀸 챈들러를 7점으로 막고 팀이 11점 차로 앞서가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승부를 가리는 4쿼터. KT&G는 4쿼터 특유의 톱니바퀴 조직력이 살아났고 질식수비로 SK를 압박했다. SK는 24초 작전 시간에 쫓겨 겨우 슛을 던졌고 성공률도 매우 낮았다. 한때 16점을 앞서던 SK는 4쿼터 중반 벌어 놨던 점수를 다 까먹고 시소 게임을 벌여야 했다.

 클라인허드도 KT&G의 수비에 고생했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고 영리했다. 교묘히 파울을 얻어냈고 자유투를 쏙쏙 넣으면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클라인허드가 4쿼터 시도한 자유투는 7개. 모두 들어갔다. 있는 힘을 다해 수비하던 KT&G 선수들은 얄미울 정도로 잘 들어가는 자유투를 보면서 힘이 빠졌다.

 SK는 70-70이던 종료 30초 전 로빈슨의 자유투로 다시 앞서갔고 KT&G의 마지막 공격이 실패해 승리를 지켰다. 클라인허드는 경기가 끝난 후 아버지를 바라보며 “아버지 나 잘했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클라인허드는 23득점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슛을 기록했다. 김태술은 14득점, 4어시스트, 3스틸로 활약했다.

 2위 KT&G는 2연패를 당하면서 선두 동부와 5경기 차로 벌어졌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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