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마스코트는 나이츠(기사)다. ‘닭벼슬’처럼 생긴 장식이 달린 투구를 쓰고 있다. SK 외국인 선수 자시 클라인허드(사진)의 머리도 그렇다. 주위는 빡빡 밀고 가운데만 기른 ‘모히칸 스타일’이다. 헤어스타일도 그렇고 몸엔 문신투성이여서 인상이 썩 좋지는 않지만 클라인허드는 매우 성실하다. 영리한 데다 경기 중 흥분하지 않고 제 몫을 다해 김진 감독이 좋아한다.
17일엔 더욱 그랬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11년을 뛰었다는 아버지가 경기장을 찾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클라인허드는 아버지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처럼 NBA에 진출하지 못하고 터키·슬로베니아 등 여러 나라를 떠돌고 있다. 적어도 이날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클라인허드는 NBA 선수 부럽지 않은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 평소 17.8득점을 하던 그는 전반에만 13득점을 했다. 전반 KT&G의 에이스 마퀸 챈들러를 7점으로 막고 팀이 11점 차로 앞서가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승부를 가리는 4쿼터. KT&G는 4쿼터 특유의 톱니바퀴 조직력이 살아났고 질식수비로 SK를 압박했다. SK는 24초 작전 시간에 쫓겨 겨우 슛을 던졌고 성공률도 매우 낮았다. 한때 16점을 앞서던 SK는 4쿼터 중반 벌어 놨던 점수를 다 까먹고 시소 게임을 벌여야 했다.
SK는 70-70이던 종료 30초 전 로빈슨의 자유투로 다시 앞서갔고 KT&G의 마지막 공격이 실패해 승리를 지켰다. 클라인허드는 경기가 끝난 후 아버지를 바라보며 “아버지 나 잘했지”라고 말하는 듯했다.
클라인허드는 23득점에 10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슛을 기록했다. 김태술은 14득점, 4어시스트, 3스틸로 활약했다.
2위 KT&G는 2연패를 당하면서 선두 동부와 5경기 차로 벌어졌다.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