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새는 民自黨 기강-黨 손도 못쓰고 냉가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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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자당이 이상하다.기강(紀綱)이 바로 서지 않는 것같다.노골적으로 해당(害黨)행위를 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당지도부와 상의없이 멋대로 의원직을 내놓겠다는 의원도 있다.또 당총재가 부여한 임무를 못맡겠다고 버틴 의원도 나왔다.
일종의「권력누수」현상이다.그럼에도 당은 일단 속수무책이다.쩔쩔매는 형국이다.
김동근(金東根.전국구)의원은 대표적인 JP(金鍾泌 前대표)사람이다.그는 JP와 육사동기(8기)이며 신민주공화당때 JP 비서실장을 지냈다.그는 지금도 JP쪽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그러면서도 11일에는 JP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민자당의 의원직을 그대로 갖고 있겠다는 얘기다.탈당하는 즉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민자당은 그러나金의원의 잔류선언을 진심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그럼에도 당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당기위원회를 열어 이제까지의 해당행위를 따지고 아예 우환의 싹을 자르고 싶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그럴 경우 金의원의 의원직은 유지되기 때문이다.이는 오히려 金의원의 희망사항이다.때문에 『앞으로 金의원의 양식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한숨만 쉬고 있다.
이호정(李浩正.수원장안)의원은 9일 황낙주(黃珞周)국회의장에게 덥석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가 11일 돌려받았다.그는 당지도부와는 전혀 상의없이 사퇴서를 냈다.최근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은데 대한 반발심이 작용했 기 때문이다.그가 이같은 돌출행동을 했음에도 당은 그를 나무라지 못하고 오히려 달래는데 바빴다.이래저래 의원들이 자꾸 빠져나감에 따라생기는 체면손상을 막아야 했고 보궐선거도 걱정됐기 때문이다.李의원이 10일 黃의장에게 사퇴서를 돌 려달라고 전화해 11일 찾아간 것은 당지도부의 설득에 따른 것이다.이재명(李在明.전국구)의원은 이호정의원의 경우와 다르나 당은 역시 체면이 깎였다.대우그룹에 몸담았다가 의원이 된 李의원은 지난 6일 문정수(文正秀)당시 사무총장을 만 나 의원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의 요청에 따라 대우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기업경영을 맡더라도 의원직을 겸임할수 있으나 형편상 의원직을 갖고 있기 어려운 사정을 文총장에게 들려주고 거취문제를 상의했다.당은 아직 그를 만류하 는 쪽이나 어떻든 이번의 경우도 소속의원의 당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음을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이밖에 지역구 사정을 이유로 교육연수원장직을 못맡겠다며 끝내 거절한 남재두(南在斗.대전동갑)의원도 당에 큰 망신을 주었으나 당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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