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의 정치학…건국 이래 처음 부처 명칭서 ‘교육’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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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 내용을 보면 생소한 부처 이름이 많다.

 이명박 당선인이 정부혁신·규제개혁 TF팀장인 박재완 의원,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의 박형준 의원, 곽승준 고려대 교수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물이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실용정신’과 ‘미래지향적 사고’를 부처 이름에 담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한다.

 먼저 인재과학부. 교육부에 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인력 양성 기능, 산업자원부의 일부 기능을 통합해 탄생했다. 이름을 확정할 때까지 가장 애를 먹은 부처다.

 박재완 의원은 “왜 교육이란 단어가 빠졌느냐”고 묻자 “교육이란 단어는 공급자의 관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줘 뺐다”며 “Teaching(가르치기)이 아니라 Learning(배우기), Research(조사)보다 Discovery(스스로 탐색해 깨우치기)가 강조되는 게 최근 교육의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관치교육이란 멍에에서 벗어나려면 공무원들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며 “이름이 달라지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 공급자’의 입장보다 ‘교육 수요자’의 입장을 중시하는 서비스 정신이 강조된 이름이라는 얘기다. ‘학습’이란 단어를 넣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지만 “너무 생소하고 파격적인 것 같아 채택되지 않았다”고 박 의원은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미래과학부, 교육과학부, 인적자원과학부, 학습과학부 등 수많은 후보가 치열하게 경합하다 결국 인재과학부로 결론났다고 한다.

 산업자원부의 산업·에너지정책, 정보통신부의 IT정책, 과학기술부의 산업기술정책 기능이 통합된 지식경제부도 생소하다. 박형준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미래지향성이 반영된 이름”이라며 “우리 경제를 지식 기반형 경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이 당선인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인재과학부와 지식경제부 두 부처의 이름은 모두 박형준 의원의 아이디어가 채택된 것”이라며 “평소 주역(周易)이나 관상 등에 관심이 많은 박 의원이 작명(作名)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기존 행자부와 국가비상기획위원회 기능이 통합돼 탄생했다. 강조점은 ‘행정’보다 ‘안전’에 있다.

 과거 내무부·행정자치부 시절의 규제나 간섭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기능을 확충하자는 취지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나 기상 재해, 테러 등 국민을 위협하는 각종 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의 ‘국토안보부’를 벤치마킹했다.

 국토해양부란 이름에 대해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건설부나 교통부 등 과거 70년대 토목공사 시절의 부처 이름보다 훨씬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반면 외교통일부, 보건복지여성부, 기획재정부 등은 합쳐진 부처의 이름을 단순 나열한 경우다.

 청와대 조직엔 ‘국정기획수석’이란 자리가 등장했다. 각종 국책 사업을 관장할 자리로, 한반도 대운하나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새만금사업 등 굵직굵직한 공약 사업이 많은 ‘이명박 정부’의 특징이 만들어낸 직책이다.

 이날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뒤 인수위 주변에선 지경부(지식경제부)나, 인과부(인재과학부), 행안부(행정안전부) 등 부처 이름을 줄여서 부를 경우 너무 어색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곽승준 인수위원은 “우리는 실용정부이기 때문에 줄임말이 어떻든 개의치 않는다. 그냥 전체 이름을 부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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