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차 6자회담] 첫날 무슨 말 오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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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左)를 수석대표로 하는 미국 대표단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2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개막된 6자회담에서 헤드폰을 통해 다른 나라 대표의 연설을 듣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25일 CNN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수석대표)의 2차 6자회담 모두 발언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번 회담이 핵문제 해결의 중요 계기가 될 것"이란 말 그대로 본회담에서도 핵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공동발표문 도출과 본회담 사이의 실무협의단 회의 개최에도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이 두 사안은 다른 참가국들이 요청해온 것들이다.

북한은 핵 폐기(비핵화)에 대해서도 일보 진전된 입장을 나타냈다. "핵 동결이 핵 포기의 출발점"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지난해 8월의 1차 회담과 달리 이번 회담에선 뭔가 합의의 보따리를 갖고 돌아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핵과 관련한 첫 합의가 나올 것이란 기대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6개국은 모두 조율된, 일치된 절차에 따라 핵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한 것도 한 맥락이다.

특히 참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에 공감대를 이룬 것도 적잖은 진전이다. 핵문제 해결 원칙을 담은 공동발표문을 내기가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도 기본 원칙을 견지하면서 '당근'을 제시했다. 플루토늄.우라늄 핵개발 계획의 완전 폐기를 강조했지만 북한이 바라는 관계 정상화와 대북 안전보장을 언급했다. 전보다 유연해진 것이다. 북.미 양측이 본회담 후 1시간 동안 양자접촉을 한 것도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판이 깨지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미 양측이 신축적 입장을 보이면서 회담이 진전 조짐을 보인 데는 여러 가지가 깔려 있는 것 같다. 북한은 두 가지를 저울질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회담을 파국으로 몰고갔을 경우의 부담이다. 리비아가 자발적으로 핵개발 계획을 포기한 데 이어 이란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파키스탄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핵계획에 대한 결정적 정보를 공개했다. 북한이 '불량국가'의 핵 포기 선언 흐름을 등지면 미국은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로 넘길지 모른다. 북한은 미국 대선(11월)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시간을 벌 필요도 있다.

미국은 북핵 문제가 악화돼 대선의 쟁점이 되는 것을 피하려는 눈치다. 민주당 측은 "부시 행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해 한 게 무엇이냐"라고 따지고 있다.

오는 6월 말의 이라크 주권 이양 일정 등 이라크 문제가 발등의 불인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회담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공동발표문에 담을 내용을 놓고 26일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 포기 의사 표명과 참가국의 안전보장 제공 의사 표명의 '말 대 말' 공약을 넘어 핵 동결에 따른 보상이라는 1단계 행동조치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이번 회담에선 의사표명 단계로 국한하자는 태도다. 이번에 공동발표문이 나와도 단기간에 북핵 문제의 획기적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서 이번 회담은 북핵 해결 원칙을 담은 공동발표문을 내고, 실무협의단 구성을 통한 회담 정례화에만 합의해도 성공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베이징=오영환 기자, 유상철.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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