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현대차 다 뜯어봤다 … 한국시장 10% 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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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일본 2위, 세계 7위의 닛산자동차가 9월 한국에 진출한다. 한국 내 중·대형차 시장을 공략해 7년 뒤 수입차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 투싼과 비슷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로그 ▶미국에서 쏘나타와 경쟁하는 알티마 ▶베라크루즈급 고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무라노 3종을 2000만∼5000만원대 가격에 팔 계획이다.

닛산의 제품 생산·품질을 총괄하는 이마즈 히데토시(今津英敏·59·사진) 부사장을 도쿄 본사에서 만나 포부를 들어봤다. 그는 르노-닛산 공동 회장인 카를로스 곤에 이은 ‘2인자’다. 규슈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1972년 닛산에 입사한 그는 줄곧 생산 쪽을 맡아 지난해 생산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국 시장에서 자신 있나.

“당분간 판매실적보다 고객 만족과 서비스에 역점을 두겠다. 스포티한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이 우리의 경쟁력이다. 2015년 한국 수입차 시장의 10%를 점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5만 대를 처음 넘어선 한국 수입차 시장은 2015년 10만 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7% 이상 점유율이 목표인 관련 브랜드 인피니티를 합치면 닛산은 점유율 17%가 된다. 지난해 한국시장 1위는 14.3%의 BMW였다.)

 -닛산은 생산 기술이 강한 회사로 유명한데.

 “90년대 경영이 어려웠을 때도 생산 기술은 일본 최고였다. 작업자와 엔지니어들의 의사소통이 원활해 문제점을 빠르게 찾아내 개선한다는 점에선 도요타보다 한 수 위라고 자부한다. 주문 받은 여러 차종을 동시에 생산하는 동기(同期) 생산 방식을 전 작업장에 적용해 생산성을 20% 끌어 올렸다.”

 -르노와 제휴(2000년)한 이후 시너지 효과는 어떤가.

“품질이나 조립 수준은 닛산이 앞서 있다. 르노는 작업자의 부상을 방지하는 인간공학(Ergonomics) 측면에서 강해 닛산을 지도했다. 야구의 스트라이크존처럼 작업자의 행동 반경을 설정해 근육이나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생산성이 10% 이상 높아졌다. 생산하기 쉽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도 르노한테서 배웠다. 일본 업체는 90년대 필요 없는 기능을 잔뜩 넣는 과잉 설계를 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 일이 있다.”

 -몇 년 새 현대차의 품질이 급성장했다. 미국 JD파워의 신차 품질 조사에서 닛산보다 앞서기도 했는데.

“현대차는 닛산의 경쟁사다. 특히 쏘나타는 알티마보다 값싸면서 품질은 우수하다. 다행히 지난해 JD파워 조사에서 알티마가 쏘나타를 꺾고 1위를 했다. 현대에서 신차가 나오면 모두 뜯어보고 벤치마킹한다. 현대의 생산 기술은 세계 수준이다.”

-인도에선 최근 200만원대 승용차가 등장했다. 이런 초저가차를 세계적 메이커들도 앞다퉈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 인도 공장에서 3000달러대 차를 생산할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닛산 브랜드로 만들진 않을 것이다. 일본에선 인건비·개발비가 높아 생산비를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도쿄〓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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