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동일성의 철학·차이의 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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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동일성의 철학
합리성 추구하는 서양 주류 사상

 플라톤 이래 이성적 합리성을 추구해온 서양의 주류 사상에 대한 이름. 전통 서양철학은 이성적 판단의 능력을 옹호하고 극대화하는 노력 속에서 탄생했다. 현대의 과학과 기술 그리고 정치경제학 등은 이런 노력이 가져온 역사적 귀결이다. 이성적 사유는 감성적 사유를 초월하려는 의지이자 추상적인 것을 열망하는 태도이다. 시공간적 제약 때문에 일어나는 우연한 차이를 배제하고, 주관적 선입견 때문에 일어나는 특수한 관점을 넘어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진리를 향한다. 언제 어디서나 들어맞고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게 반복되는 진리를 찾는 것이다.



차이의 철학
이성 초월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서양 전통 철학의 내재적 한계와 역사적 실효성을 고발하면서 나온 새로운 사조. 니체에서 연유하고 구조주의 전후의 프랑스 철학자들에 의해 가장 완전하게 표현된 바 있다. 통속적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불린다. ‘동일성의 철학’이 감성을 초월하는 이성적 합리성의 추구라면, 현대 ‘차이의 철학’은 이성을 초과하는 질서에 대한 옹호이다. 차이의 철학은 문맥주의이자 관계의 철학이다. 실체·본질·동일성 등은 문맥의 산물이자 관계의 효과라 것. 문맥이나 관계는 구성요소들 간의 차이, 대조와 대립 등이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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