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다짐,지키는게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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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일의 한미(韓美)외무장관 회담은 미국(美國)과 북한(北韓)의 관계개선등 북-미제네바합의 이행과정에서 두나라가 긴밀하게 논의하고 협조하기로 재다짐했다.이런 다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되풀이돼 온 것으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다만 우리로서는 새로운 외교.안보팀이 들어서 처음 미국과 대북(對北)정책을 조율할 기회를 가졌다는데 의미를 두고자한다.좀낭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먼저 팀과는 달리 새팀이 좀더 분명하고 단호한 성격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 기 때문이다.
또 북-미합의서에서 설정한 경수로 공급협정 체결시한이 두달 남짓 임박했고,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실무협의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어 시기적으로 고위 정책당국자간의 협의도 필요한 때가 됐다.더욱이 합의서의 이행과 병행하기 로 된 남북한(南北韓)대화가 북한의 발뺌으로 조금도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혹 미국이 북한의 의도에 끌려가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돼 온 터다.
그런 측면에서 한미 외무장관 회담후 발표된 내용으로는 우리가기대했던 성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북-미관계가 정상화되려면 남북대화의 진전 뿐 아니라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배치에서부터 인권.테러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되풀이 강조한것은 천번 당연한 일이다.경수로 채택에 한국형 이외에는 타협의여지가 없이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한 것이나,북한이 계속 꾀하고있는 미국과의 단독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미국이 거부하겠다는다짐을 거듭한 것 역시 당연 한 일이다.
이 모든 약속들은 실상 우리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던 것들이다.그런데도 되풀이해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외교적 수사(修辭)로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우리가 배제된 북-미 접촉과정에서 그런 의혹을 가질 만큼 미국의 불투명 한 행동을 우리는 보아 왔다.또 미국이 철석같이 우리와 약속해 놓고도 결정적인 고비마다 슬금슬금 물러났다는 것이 한국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미국은 이번 다짐을 행동으로 보여 그런 인식을 말끔히 씻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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