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보복전쟁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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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서울=聯合]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조치가 시행에 옮겨질경우 한국의 대미(對美)수출은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미국의 대중(對中)보복대상 품목 가운데 신발.
완구.낚시용구.플라스틱제품.자기테이프.운동용구등은 한 국의 전통적 대미수출 주요품목이었으나 그동안 중국에 밀려왔다.그러나 보복대상 중국제품들의 대미수출 규모가 10억8천만달러에 불과해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은 실제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통상문제전문가들은 이와 유사한 미국의 압력이 있을 가능성에 한국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과 같은 것이었다.그런 점에서 두 나라의 무역전쟁은 이미 예고돼온 것이었으나 중국이 예상외의 초강수로 맞대응함으로써「금세기 최대의 무역전쟁」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복위협」과 「주권침해」등의 설전이 오가면서 내연해온 두나라의 통상분쟁에서 미국이 먼저 칼을 빼든 이유는 「더이상 기다릴 수도,물러설 수도 없다」는 상황이 작용한 것이다.
이는 크게 정치.경제적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우선 경제적으로는 지적소유권 침해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 국내 기업의 볼멘소리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美中 무역규모는 93년의 경우 4백억달러로 중국은 미국의 제3위 교역상대국으로부상했다.그러나 이 기간중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88억달러인데비해 수입은 3백15억달러로 중국과의 무역역조규모가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큰 상황이다.특히 미국산 영화.음악.컴퓨터소프트웨어.콤팩트 디스크.서적등 지적재산 권에 대한 중국기업의 무단복제및 해적출판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액수는 연간 1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는게 미국측의 주장이었다.
이같은 경제상의 논리와 함께 정치적으로는 태평양의 경제거인으로 급부상한 중국에 대한 헤게모니 장악 또는 美무역의 최대활로인 중국시장 장악을 염두에 둔 「길들이기」공세로 보여진다.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은 내정 또는 주권침해라는 국가 적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보복시 맞대응」으로 버텨왔다.중국측으로서는미국주도의 세계경제질서에 순순히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셈이다.그러나 미국의 이번 선전포고가 무역전쟁으로 현실화될지는아직 미지수다.미국의 보복조치가 정식 발효되기까지는 20일의 기간이 있어 미증유의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캔터대표 역시 대중 조치를 발표하면서 파국을 면할 수 있는 협상의 여운을 남겼다.그는 다음주 두나라간의 마지막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캔터대표는 중국이 구체적으로 양국 통상대립의 진원지인 중국의 콤팩트 디스크 위조 회사들에 대한 조치를26일 이전에 취할 경우 보복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타협의문을 열어놓았다.
이같은 사정은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중국으로서는 무엇보다 미국과 한판승부를 벌일 경우 WTO가입의 열망을 스스로 포기해야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또 현재 무역분쟁의 쟁점이 되고 있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무 단복제문제의 경우 그 성격상 중국당국의 행정력 범위안에 있는 사안이라는 점도 태평양 무역 대란(大亂)의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될수 있다.물론 여기에는 캔터대표가 지적했듯이 중국이 어느정도 성의있는 내부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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