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닛산의 야심작 한국 남녀가 디자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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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경연장인 모터쇼의 꽃은 컨셉트카다. 당장 판매되는 차와는 거리가 있지만 내로라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이 차를 만들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동원하고 디자인에 무척 신경을 쓴다.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개막한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도 25개 컨셉트카가 선보였다. 특히 이날 처음 공개된 일본 닛산의 ‘포럼’과 GM의 ‘허머 HX’엔 종일 관람객이 북적거렸다.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2명이 이 컨셉트카 디자인에 참여했다.

◆‘장난감은 디자인 친구’
 
오프로드 차량인 허머는 남성적으로 생겼다. 디자이너 중 홍일점인 강민영(33·여)씨는 “솔직히 처음엔 허머라서 꺼렸지만 드라이빙 아카데미에서 직접 운전하며 디자인 스케치를 했다”고 말했다. 백씨처럼 CCS를 졸업했다. 그는 2005년 GM에 입사하자마자 허머의 과제를 받았다. 입사 동기인 남성 디자이너 2명과 공동작업을 했다.

이날 모터쇼에서 허머 HX를 소개한 GM의 마크 르 네베 세일즈 부사장은 “신입 디자이너의 젊은 감각을 그대로 살렸다”며 허머를 소개했다.

그는 서울서 금융회사를 다니다 어릴 적 꿈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디트로이트로 건너갔다. 제주도 출신인 그는 “루프를 떼어 내는 등 변형이 가능한 차로 디자인한 것은 변신 장난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GM 본사는 한국인 디자이너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다”며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는 게 소원”라고 말했다.

◆‘클래식 카는 나의 교본’
 
7인승 미니밴에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유연한 선과 공격적인 인상을 풍기는 헤드램프. 이런 포럼을 디자인한 백철민(28)씨를 모터쇼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닛산 디자인 아메리카(NDA)에 3년 전 입사한 청년 디자이너. 포럼NDA 디자이너들이 낸 여러 안 중에 그가 스케치한 디자인이 포럼에 적용됐다고 한다. 그는 “미니밴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씨는 초등학교 졸업 뒤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중학교 때부터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꾸었고 고교 2학년을 마치고 디트로이트의 ‘CCS(College for Creative Studies)’에 조기 입학했다. 졸업 전부터 미국·유럽·일본의 자동차 회사 13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는 단순히 ‘예쁜 차’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는 “첫눈에 예뻐 보이는 디자인은 어디서 본 듯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1950~60년대의 클래식 카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는다. “옛날 자동차를 보면 과감한 디자인이 적잖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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