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세일 판매, 강남이 지갑을 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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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 서울 강남 부유층이 애용하는 점포다. 현대백화점 전국 11개 점포 중 연간 3000만원 이상 물품을 사가는 ‘자스민 회원(초우량 고객)’의 55%가 이 두 곳에 몰려 있다.

◆노무현 정부 땐 지갑 닫았다?= 강남 부유층이 ‘이명박 효과’를 기대한 덕분일까. 놀랍게도 이 두 점포는 올해 초 겨울 정기세일(4∼13일)에서 엄청난 판매 신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겨울세일 때에 비해 압구정 본점은 16.9%, 무역센터점은 16.5% 늘어났다.

올해의 판매 약진은 노무현 정부 5년과 대조된다. 그동안 현대백화점 강남 점포의 겨울세일 매출은 부진에 허덕였다. 올라봐야 전년 대비 6%대였다. 2004년도에는 -10.5%(압구정 본점)와 -10.6%(무역센터점)로 크게 후퇴하기도 했다. 소비경기에 힘을 보탤 부유층이 지갑을 꼭 닫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 정책이 쏟아진 2004년에 움츠러든 소비심리 탓인지 강남 소재 백화점의 내방객 수가 확 줄었다”고 전했다.
 
강남 고객이라면 주로 어떤 이들일까. 현대 압구정 본점은 압구정·청담동 거주 주부가, 무역센터점은 대치·삼성동에 사는 주부와 인근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이라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요즘엔 ‘신강남’으로 일컬어지는 곳에 자리 잡은 무역센터점 매출이 더 빠르게 는다. 연령대는 35~44세가 전체 고객이 30%로 가장 많다.

◆이명박 당선되자 지갑 여나?=부유층의 ‘이명박 효과’ 기대감은 지난해 말부터 서서히 달아올랐다. 통계청이 이달 10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기대지수는 104를 기록, 11월의 102보다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현대백화점 11개 점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에 그쳤으나 압구정 본점은 2.3%, 무역센터점은 3.3% 늘었다. 더 두드러진 건 대통령 선거(19일) 직후인 20~31일 매출. 전 점포 평균 -0.4%로 매출이 약간 떨어진 데 반해 압구정 본점은 3.7%, 무역센터점은 6.7% 올랐다.

현대백화점의 이규성 영업본부장은 “종합부동산세 같은 세금 부담으로 움츠러든 강남의 소비가 회복될 조짐이 연말연시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유층뿐만 아니라 전 계층의 소비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는 것으로 백화점들은 판단한다. 강남 신장세에는 못 미치지만 백화점 전체적으로 겨울세일 매출이 적잖이 올랐다. 롯데백화점은 5%, 현대백화점은 7.1% 매출이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3월 문을 연 죽전점을 제외한 전 점포의 겨울 세일기간 매출은 10.3%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지난해 8월 오픈한 진주점을 제외하고 10%의 매출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경기 풍향계라고 하는 겨울세일 남성복 매출이 예사롭지 않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경우 남성복 매출이 24.3%나 뛰었다. 영업전략실의 정지영 마케팅팀장은 “고객들 사이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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