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 겉돈다-단체장 꿈꾸는 간부들 업무뒷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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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월27일의 4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지방행정에 공백이 생기고 자치단체장들의 令이 서지않는 레임덕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관계기사 22面〉 일부 지방에서는 출마희망 자치단체장이나 간부들이 각종 행사에만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얼굴을 알리고 장밋빛 공약을 내놓는데 바쁜가 하면 같은 관청공무원들이 후보별로 편가르기를 하기도 한다.또 일부 지방공무원들은 유력한 후보에게줄을 대거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출마에 뜻이 없는 단체장들은 6월말이후 「갈 자리」모색에 매달려이래저래 지방행정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업무 뒷전=경기도내 K군수는 출근후 참모회의만을 주재하고 온종일 순시 명분으로 관내를 돌면서 지방유지.동문.종친회.상공인들을 만나는 것이 일과가 되다시피하고 있어 직원들로부터 불평을 듣고있다.
대구.경북지역 한 시장은 최근 어떤 구청을 방문하는 자리에서인구가 50만명 이하여서 분구 요건이 안되는데도 분구를 약속하고 다른 구청에 가서는 축구전용 운동장 건설을 발표하는등 선심공약성 언행을 해 간접적으로 선거운동 한다는 지 적을 받고있다. D市의 한 국장은 민선구청장 출마준비를 위해 늘 자리를 비우고 있고 이 지역 한 구청장은 민선출마 공천을 받기 위해 지구당위원장등 정치권을 만나느라 업무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전국綜合] ◇기강해이=경남의 한 市에서는 전직 시장이 선거운동사무실을 차리자 일부공무원들이 일과시간에도 드나들며 선거용기초자료를 제공하는등 공직분위기를 흐리게 하고있다.이에 따라 기존 시장의 지시등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충북 E군의 경우 전직 내무과장과 전직 부군수가 각각 사무실을 내고 민선 군수 운동에 들어가자 군청 공무원들이 줄을 대는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편가르기=제주시의 경우 前시장 金모씨와 前 부시장 高모씨가민선 시장을 놓고 경합하자 시청 공무원들이 옛날의 친소관계에 따라 편을 갈라 분위기가 헝클어지고 있다.
충남지사 자리를 놓고도 前지사인 沈모씨와 역시 前지사인 朴모씨가 치열한 경쟁에 들어가자 공주등 충남내륙 출신 공무원과 충남 서해안쪽 출신 공무원들이 지지를 놓고 갈라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비방전도 벌써 시작돼 제주도지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前지사W씨 진영은 현 도지사가 부녀회.청년회.어민단체등에 특강을 많이 나가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도지사측은 행정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방행정기관들은 창의적인 새 시책은 시도하지 않고 최소한의 현상유지만 하는 상황이다.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과도기적으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으나 지방행정의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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