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술·담배 못 끊으면 축구대표서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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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술·담배를 멀리하는 건 운동 선수의 기본 자세인데 얼마나 지켜지지 않았으면 수칙까지 만들었을까.”

 대한축구협회는 10일 ‘술·담배 금지’ 등을 담은 대표선수 생활 규칙을 만들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내 선수들 방에 하나씩 걸었다.

 위반하는 선수는 일벌백계 하겠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지난해 아시안컵 기간 중 일어난 음주 파동과 이천수(페예노르트) 등 대표 선수들의 잇따른 일탈 행위를 보다 못한 축구협회가 마련한 고육책이다. 선수들의 국가관과 정신력을 강조한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의 의중도 반영됐다. 허 감독은 해이해진 태극전사들의 정신력을 질타하며 “대표선수는 대표선수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생활에 문제가 불거진 일부 선수를 대표 명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표 선수들의 음주와 흡연은 어느 정도일까.

 파주 NFC를 관리하는 축구협회 장연환 교육부장은 “NFC 내 음주·흡연은 발각 시 바로 퇴촌 조치되므로 이를 어기는 선수는 거의 없다. 그리고 20세만 넘어도 ‘축구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엉뚱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일선 지도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대표선수 출신의 프로팀 코치는 “발각만 되지 않을 뿐 대표팀 소집 기간에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음주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히딩크 감독 시절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던 대표선수들이 기내에서 만취해 추태를 부린 적도 있다. 담배는 베테랑 선수 몇몇이 피우고 있지만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선수들의 음주 행태가 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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