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북녘동포>5.늘어나는 "갑작부자"-자가용族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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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갑작부자들의 첫 신분상승은 컬러 TV와 냉장고를 들여놓으며 확인된다.컬러TV를 들여놓으면 동네 영화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일쑤다.
이철규씨는 『일단 컬러TV와 냉장고외에도 재봉기.녹음기.경대등 다섯가지 가정도구 마련이 이들에게 5대 과업이라 불린다』며『5대 과업이 완성되면 소파나 피아노 혹은 침대를 장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갑작부자의 뚜렷한 경계선은 무엇보다 자가용 승용차다.
고청송씨는 『강계시에는 자가용이 한대 있는데 교원대학 선생이일본인 친척이 보내준 도요타제를 몰고 다녔다』고 기억했다.
허철씨는 『80년대 이후 등장한 자가용이 한대씩 늘어나더니 신의주에 거주하는 북송동포중 40%정도가 자가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통상 일본등 해외의 친척들이 자동차 두대를 보내면 한대를 국가기관에 바치고 그 값으로 한달에 얼마만큼의 기름을 국가기관으로부터 타서 쓴다는 것.
김형만(21.가명)씨는 『평성의 재일동포 아파트촌에는 휘발유가 없는데도 자가용을 두대씩 굴리는 경우 마저 있다』고 말했다. 백영길(白榮吉)씨는 『북송동포는 대개 자가용을 몰고 다니며외국으로부터 자동차가 많이 밀수돼 안주에선 쏘나타 승용차도 2~3대나 보았다』고 증언했다.
갑작부자가 더 큰 집으로 옮겨가는 것은 흔한 일이다.김동만씨는 『86년에 두칸이던 집을 90년에는 세칸짜리(30평)로 옮겼다』며 『도시경영과장에게 북한돈 3만원과 컬러TV.냉장고를 뇌물로 갖다 주었다』고 말했다.김씨는 또 집안치장 에 대해 『6백달러 짜리 내셔널 비디오에 비디오 테이프가 70~80개 정도는 돼야 무역일꾼』이라고 말했다.
조명순씨는 『갑작부자들은 대개 결혼예물로 롤렉스 시계 정도를선물한다』며 『아이를 낳으면 세살 정도부터 독선생을 붙여 예능과외지도를 시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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