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남성 TV앞에 다시온다-"모래시계"등 드라마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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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TV에 눈둘 곳 없던 30대이후의 중.장년남성층이 브라운관앞으로 서서히 모여들고 있다.지난해 이들 남성층의 TV시청률이 격감했던 데 비해 올들어 상승곡선을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투투.룰라류의 10대취향 댄스뮤직이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젊은 친구」들이 판치는(?) 신세대드라마가 풍미했던 지난해는 중.장년남성에게 채널돌릴 곳이 없던 한해였다.그러나 올들어 『모래시계』『까레이스키』등의 대작이 등장하고 『여울목 』등 중.장년대상 드라마로 TV가 중.장년남성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주4회편성인 『모래시계』의 경우 작년 30대남성 드라마 평균시청률이 6%였던 데 반해 20%의 시청률을 기록,여성30,40대 시청률 26.2%,25.3%에 육박하고 있다.특히 경기불황으로 인한 가장의 실직,자녀의 대입문제,고부문제 등을 다룬 주말가족드라마 『여울목』등도 경륜이 지긋한 40,50대남성 시청률을 11.9%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장년남성들이 최근 TV에 다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드라마에서 왜소해질 대로 왜소해졌던 「남성」이 다시 살아난 것이 큰요인.「시대의 조류」인 페미니즘을 강조한 그간의 신세대드라마는여성의 권리를 강조한 나머지 「전통적인 남성상 」을 거의 사장시켜 왔다.스토리보다 대사.감정묘사에 치중하는 것도 이 페미니즘드라마의 특징.『당신이 그리워질 때』『이 여자가 사는 법』등에선 신세대며느리와 시어머니사이에서 갈등하는 나약한 남성상을 쏟아냈다.
그러나 최근 『모래시계』『까레이스키』등은 대하물의 특성상 격동의 근.현대사를 헤쳐가는 최민수.박상원.황인성등을 통해 「강한 남성주인공」을 되살리고 미세한 감성보다 역사해석등 「굵은 스토리」를 중시해 중.장년남성들의 시선을 끌고 있 다.『모래시계』의 리얼한 액션 신과 『까레이스키』의 광활한 벌판 전투 신등도 중년남성들의 흡인 요인.더불어 이같은 남성흡수현상은 다채널시대 공중파의 「대작(大作)경쟁」이 불꽃을 튀기면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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