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가정 자녀 양아버지 성 인정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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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해부터 호적제 대신 가족관계등록제도가 시행된 이후 전국 처음으로 자녀의 성(姓)을 바꿔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가사 2단독(고영석 판사)은 재혼녀 강모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딸(7)의 성을 현재 남편의 성인 김씨로 바꿔 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9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강씨는 1998년 일본인 남편과 결혼해 2001년 일본에서 딸을 출산했다. 강씨는 딸이 두 살 되던 해인 2003년 2월 이혼한 뒤 귀국했다. 남편의 동의를 얻어 딸을 자신의 성인 강씨로 출생신고해 한국 호적에 올렸다.

 이후 강씨는 2003년 12월 한국인 김모씨와 재혼했다. 이듬해인 2004년 김씨와 사이에 아들을 낳았다. 강씨는 전 일본인 남편과 현 한국인 남편 사이에서 낳은 두 자녀의 성이 다르자 딸의 성을 김씨로 바꿔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고영석 판사는 “현재의 남편이 강씨의 딸을 실질적으로 양육하고 있는 점, 강양이 초등학교에 취학했을 때 동생 김군과 성이 다른 데 따라 예상되는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로 시행된 가족등록관계제도에 따라 성을 바꾸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가사단독(신우진 판사)도 오모(34·여), 권모(39·여), 유모(35·여)씨가 자녀의 성을 바꿔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올해 1월 1일부터 ‘자녀의 성(姓)과 본 변경 제도’가 시행된 뒤 9일까지 전국에서 1500여 건의 변경 신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해석·박성우 기자
 
◆가족관계등록제=호주 중심의 호적제도를 대체한 제도. 자녀에 대해서 부성주의(父姓主義) 원칙을 수정해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姓)과 본(本)을 변경할 수 있다. 재혼 가정의 자녀가 새 아버지와 성(姓)과 본(本)이 달라 입는 정서적 피해를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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