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달라진다-장학기능 없애 교육자율화 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교육부가 일선학교의 학습활동을 장려하기 보다 감시.감독을 통해 교육의 획일화를 조장해온 각급 교육행정기관의 장학(奬學)지도 기능을 없애는 것으로 초.중등교육 자율화조치의 시동을 걸었다. 장학지도기능은 일선학교를 감시하는 기능을 맡았던 일제시대시학관(視學官)제도에 뿌리를 둔 것으로 그동안 시간표및 수업일수 준수로부터 환경미화 기준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한 학교운영에영향을 미쳐온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가 4천3백16명의 일선 교원출신 장학사.장학관등 전문직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장학지도기능을 폐지한 것은 바로 이같은 교과과정운영이나 학사일정운영에 대한 사전.사후지도 장학기능을 유지한 채로는 학교장의 충분한 자율권 확보와 창의성 있는 학교운영이 불가능 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학교장은 주어진 재량시간만큼 환경.컴퓨터등 선택과목을 자유로이 선택,학생들에게 가르칠 수도 있고 8종이내에서수십종으로 다양화되는 교과서를 선정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또 수업일수 제한이나 출.결석처리 때문에 혹서나 혹한기에도 수업을 강행해야 했던 폐단도 사라지고 학교장 재량에 따라 휴교나 방학시기 조정,학기당 이수과목조정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문제는 자율화조치로 확대된 교장 권한이 악용될 경우 이를 어떻게 견제할 것이며 교원임용후 재교육.연수기회가 제한된현실에서 학교 운영을 전적으로 책임질 교장의 자질향상을 어떻게보장하느냐 하는 것이다.
학부모에게 찬조금을 강요,재단과 교장 개인의 사욕을 채운 상문고 사건처럼 교장의 전횡과 독선적인 학교운영이 재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우선 부작용이 무서워 문제가 있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그 대안으로 일선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 인사까지 참여하는 법정의결기구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학교경영 전반에 참여시킴으로써 교장의 독선적인 학교운영을 견제토록 한다는 방안을 가지고 있다.
학부모등이 학교예산 편성과 집행과정,그리고 주5일제 수업 실시여부나 교과서 선정등 학사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만 해준다면 지역사회와 학교,그리고 학부모가 3위일체가 되는 이상적인 학교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자율화시대에 걸맞은 학교에서 우리의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육성회비와 등록금을 내는 것으로 책임을 다한것으로 여겨온 학부모의 학교경영 일선참여가 관건이 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